민병식의 사랑 에세이 27

수필, 소설

민병식의 사랑 에세이 27

제임스 0 260

2022 동행: 몽촌토성 사진ㆍ스토리텔링 공모전 장려상 수상작 


[에세이] 한성 백제의 숨결, 몽촌의 삶을 걷다

시멘트 상자 안에서 살아가는 인간 들에게 자연을 호흡을 할 수 있는 시간은 어쩌면 생존의 필수 조건인지도 모른다. 특히 요즘같은 코비드 시대에는 잠시라도 마음을 내려 놓을 수 있는 곳은 흔치 않다. 어딜가든 사람이 있고 서로 감염을 주고 받는 관계가 되어 세상에서 가장 고귀한 사람의 존재가 이제 기피와 의심의 대상이 되어가고 있다. 나도 어딜 가든 마스크 착용은 기본이고 백신을 3차까지 접종했음에도 감염에 대한 걱정으로 번잡한 곳에서는 되도록 가지 않으려다보니 회사 출퇴근을 제외하고는 외출을 삼가고 있다.

오염되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흙을 밟고 싶다. 눈과 귀를 맑게 해주는 그리고 탁한 가슴을 뻥 뚫어주는 초록 냄새 풍성한 공기를 마시며 그 옛날 고향의 흙길을 걷고 싶다. 어린 시절의 나는 하루를 대부분을 산과 들에서 지냈을 정도로 자연 친화적인 삶을 살았다. 마을에 아스팔트 포장도로가 없었기에 늘 흙을 만지면서 지냈고, 그 흙냄새 속에서 늘 행복하였고 지금도 내 삶의 가장 행복한 기억을 차지하고 있다.

얼마 전 직원이 부친상을 당해 장례식장에 다녀왔다. 장례식장의 특성 상 문이 없는 구조라서 감염예방을 위해 신속히 조문을 마치고 나왔는데 아니나 다를까 그곳에서 마련한 음식을 먹고 온 동료 직원은 확진이 되었다. 타인의 죽음을 애도하러 갔는데 코로나 감염이니, 바이러스는 이렇게 전후사정 봐주지 않고 몰인정하다.

주말아침, 안심하고 갈 수 있는 장소가 없는 요즘에 탁트인 곳에서 흙길을 걷고 싶다는 생각에 적당한 장소를 떠올려본다. 하루에 다녀올 수있는 거리면 좋겠다. 그렇다. 환상의 어울길이 있는 몽촌토성이다. 지금은 경기도에 살지만 서울에 살 때는 마음이 허덧하거나 답답할 때면 몽촌 토성을 찾곤 했었다. 어울길은 문화 생태 탐방로다. 다른 말로는 몽촌토성에서 성내천을 따라 마천 전통시장을 지나 남한산성까지 이어지는 길로 토성과 산성을 합쳐 토성 산성 길이라고도 한다. 경기도에서 하루만에 부담없이 다녀올 수 있는 서울 몽촌토성 산책코스로 다녀오기로 마음 먹는다.

전철을 기다리는 사람 들, 지나가는 행인 들, 모두 하나같이 마스크를 하고 있다. 코비드-19 바이러스의 강력한 힘에 비틀거리는 모습이 짠하다. 일상의 삶이 뒤섞이고 휘청거리고 있는 즈음, 어떻게든 예전처럼 살아보려는 사람들을 보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익숙치 않은 곳에 서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흔들리고 지리멸렬해 숨이 막힐 것 같은 낯선 곳이지만 그 끝에는 다시 예전의 우리로 귀환을 알리는 도돌이표가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놓아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그리움을 느끼는 것은 감사를 알게 되는 것이니 언젠가는 다시 찾은 일상에 감사할 날이 꼭 있을 것이다.

되도록 걷고 싶어서 지하철을 이용해서 몽촌토성역에서 내렸다. 1번 출구로 나가 직진, 오래지 않아 낮익은 한성백제박물관이 보인다. 박물관 외관이 무척 세련되었는데 주변의 숲과 나무들과 어울려 전통과 현대의 적절한 조화라는 글귀가 떠올랐다. 안에 있는 유물 들이 한성백제의 찬란했던 영화를 뽐낸다. 천천히 백제의 역사와 호흡하는 시간도 참 좋다. 거기에 더해 몽촌역사관까지 보면 금상첨화다. 아주 오랜 옛날 백제인들은 어떻게 살았을까. 그들의 생활상 및 풍습, 의식까지 배워볼 수 있는 역사관은 한성 백제시대를 알 수 있는 최고의 지식 창고다. 각종 체험프로그램과 몽촌토성 체험코스까지 다양하게 준비되어있어 학생 들이 부모와 함께 오기에 최적의 장소라는 생각이 들었다.

몽촌 역사관을 둘러보기로 했디. 그 옛날 한성 백제인 들의 생활상은 어땠을까. 돌절구, 그물추를 보니 농업, 어업이 활성화된 시대였음을 알 수 있었고 계란모양토기와 시루는 그시대의 조리 기술과 취사 형태를 알 수있는신기한 자료 였다. 특히 주목할만한 것은 뼈로 만든 갑옷인데 단단한 동물뼈를 가죽을 이용해 만들었다고하는데 아마 가볍고 단단해서 말을 타고 다니는데 매우 용이했을 것이다. 그리고 도가니가 있었는데 음식을 만드는데 쓰인 것 같지는 않고 쇠붙이나 청동을 녹이는데 사요해서 철기문화와 금속세공도 발달하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그외 근처 풍납토성 유물과 구석기, 신석기, 고구려, 신라의 유물들과 고분 군 까지 있어서 시대별 백제의 역사와 유물은 물론 삼국시대의 유적과 유물이 있어서 비교해보기도하고 시대별 특성을 자연히 알게되는 등 관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닌 학습의 효과가 톡톡해 어른, 아이 할 것없이 꼭 봐야한 필수 코스라는 생각을 해보았다.



몽촌토성은 남한산에서 뻗어 내려온 구릉을 활용해서 만든 토성이다. 성벽 바깥쪽은급경사로 만들고 오목한 곳은 흙을 채워 튼튼하게 만들었으며 성벽 바깥쪽은 성내천이 몽촌토성을 감싸고 있어 적의 침입을 막기에도 용이했을 것이다. 지형을 이용한 백제인의 지혜로움을 엿볼 수 있는 구조다. 몽촌토성의 ‘몽촌’은 토성 안에 있던 마을 이름인 ‘곰말’에서 비롯되었다는데 ‘곰말’은 꿈마을이라는 뜻이다. 즉 몽촌은 꿈의 마을인 것이다.

오늘 모두를 다 걸을 수는 없으니 몽촌토성의 대표적 명물인 은행나무와 거기에서 가까운 몽촌토성 안쪽으로 끝없이 펼쳐진 잔디밭 한가운데 홀로 우뚝 서 있는 나홀로 나무를 만났다. 올림픽 9경 중의 하나라는 나홀로 나무, 언제부터 거기에 혼자 있었을까. 외로워보이기도 하지만 한편 홀로 우뚝서 있는 모습이 당당하기까지하다. 사람 들을 위해 사진의 배경이 되어주기도 하고 어쩌면 나처럼 혼자 온 사람들로부터 기쁜일부터 슬픈 일까지 무수한 삶의 이야기를 듣고 대화를 나누며 격려와 위로가 되어 주었을 것이다. 저 넓은 땅에 뿌리박고 서 있는 나무는 어쩌면 군중 속에 홀로있는 현대 사회의 우리 개인을 의미하는지도 모른다. 오랜만에 찾은 나무는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고 늘 그 자리에 서 있었다. 반가운 마음에 그 동안의 안부를 전하고 최근의 지치고 힘들었던 속마음을 털어놓고 나니 속이 시원해 진다.

웅진과 사비 시대이전 가장 오랫동안 오백년 세월을 한성 백제와 함께했던 몽촌토성의 흙길을 밟으니 그 옛날 백제의 기상을 느끼는 듯하다. 그곳에서 현대의 삶을 휴식한다. 주변에 있는 조각공원, 생태공원, 미술관 등도 빼놓을 수 없는 도심 속 휴식공간이다. 오랜만에 푸르름과 흙 냄새를 맡으니 살 것 같다. 흙과 나무는 생명이다. 메말라 사그러지는 우리 들의 가슴에 산소를 공급하는 활력소이며 에너지이다. 이처럼 흙, 나무, 하늘과 대화하고 서로 고마워하고 사랑하는 삶을 살아야겠다고 늘 느끼지만 일상에 얽매여야하는 현실이 아쉽다. 나무 가지 사이로 밝게 빛나는 푸른 하늘이 나를 향해 웃어 주고 코끝을 간지르는 나무 향을 맡으니 마음이 한결 상쾌하다. 토성길을 따라 조금만 걸어도 싱그러움으로 가득하고,바닥에서는 부엽토 냄새가 은은한 향으로 다가 온다. 멀리서 이름 모를 새의 울음소리가 들리고 다람쥐가 먹이를 찾으려고 부산히 움직이는 모습을 보면 이보다 평화로운 휴식은 없다.

오랜만의 나들이, 흙이있고 성이 있고 나무가 있고 그 안에 들어가면 백제의 장엄하고도 신비한 세상이 펼쳐지는 곳, 무엇인가에 눌리고 마음을 빼앗겨 허허로운 때 몽촌토성은 늘 나를 기다리고 있다가 보듬어 주며 위로하고 세상의 딱딱함에 굳어가는 마음을 살포시 어루 만져준다. 여기 저기 많은 곳을 다 다녀봤지만 서울 안에서 몽촌토성길 만큼이나 내게 쉼을 주는 곳은 흔치 않다. 코로나 19로 인해 마스크로 둘러싸인 답답한 일상이 토성길 안에 드니 그동안 옥죄었던 긴장의 끈이 풀어지면서 그동안 나를 괴롭혀왔던 마음의 체증이 사라진다. 그렇다. 토성길은 치유의 장소인 것이다. 천천히 흙을 밟으며 걷고 나무와 숲의 향을 맡으며 하늘을 배경으로 토성길과 하나되는 시간, 몽촌은 내게 잠시나마 삶의 짐을 내려 놓고 쉼을 주는 '케렌시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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