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두기 시인의 풀시詩 -풀씨의 꿈 3

김두기 시인의 풀시詩 -풀씨의 꿈 3

소하 0 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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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선해 사진 作



풀씨의 고백


나는 뿌리내릴 자리를 찾고

내가 피어 올린 잎사귀는 하늘을 향해

가슴 열고있지


천년 전에 아버지의 아버지가 그랬던 것처럼

별빛을 보고

비바람을 마주하고

폭풍과 싸워 이기고

이렇게 면면히 이어져 가고 있지


이렇게 살수 있게 한 힘은

사랑으로 내 이웃을 바라보고

힘없는 목숨이지만

소중하게 여겨온 탓이겠지


단단한 몸을 가진 나무들은

우리가 자기 허리츰도 못되는 키를 가졌다고

비웃으며 멸시하기도 했지

하지만 우리가 저들의 양식이 되어주고

저들의 뿌리를 잡아준 사실을 모른단 말이야






두기의 자백


난 어느 날 이런 생각을 했네

그냥 풀씨가 아니라

시를 쓰는 시인의 풀씨가 되었으면


저 높은 하늘에

푸른 풀씨의 꿈을 한자씩 적으면서

하늘의 파란 물감을 배경 삼고


바람의 노랫가락을 담을 수 있는

그런 시를 쓰고 싶었네

살다보면

가슴을 채울 그 무엇하나

그런 시를 말이야


나중에

내 뒤를 이을 풀씨에게

난 이렇게

삶을 씨로 썼다고

말할 수 있도록


한번쯤은

풀씨에게도

영혼을 노래할 수 있는

시인이 되어보는 것도 나쁘지만 않으리




 

이방인의 독벡


우리들은 알지

풀씨로 살아온 역사가

너무 처절해서

저 나무조차 사랑하는 법을 알고 있지


그러니 우린 행복해

나 스스로가 날 알고

세상을 사랑하며 살수 있으니

얼마나 행복한 삶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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