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중근 시인의 걷다가 쓰는 사진 2
소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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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9.03 23:52
유중근 시인
파전
유중근
유중근 사진 作
하늘에 구멍이 났나
비가 억수같이 오는 날
"비 오니 파전이 생각나네"
아내에게 전화를 했더니
"비는 무슨 비 여긴 하늘이 말간데......"
같은 동네
다리 하나 건너 하늘이 다르니
이게 무슨 일인가
소 등짝을 경계로
왼쪽은 비가 오고
오른쪽은 비가 안 온다는
옛말이 생각나 피식 웃네
그날
파전은 커녕
파국도 먹지 못하고
파국으로 치달은 냉랭한 밤
허무하기 짝이 없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