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비주 시인의 오후 석점, 바람의 말

김비주 시인의 오후 석점, 바람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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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비주 시인


주부생활 별책 부록


                      김비주


열두 살에 쿼바디스를 읽었다

옆방 세들어 살던 새댁 아줌마의

주부생활 별책 부록, 세계명작소설

이른바 똥종이의 극대치

활자에 목마른 나는 무척이나 좋았지

처음부터 끝까지

물샐 틈 없는 활자들의 전방위 체제


테스, 주홍글씨, 폭풍의 언덕들이

머리 위로 쏟아져 오고

그 중에서 쿼바디스는 어린 내게

세계를 말했지

사랑, 배신, 폭정, 순교, 권력을

종교와 권력은 양날의 칼

사랑은 모든 걸 극복하지


솔직히 열두 살이 읽어내는 세계가

뭐 그리 대단했을라고

활자의 폭식, 굶주린 나에겐 좋았지

결심했어 부록에 눈먼 나는

어른이 되면 주부생활을

꼭 구독할 거라고

하지만 난 아직도 주부생활을

구독하지 않는다


주여! 어디로 가시나이까


◎김비주 프로필◎

전남 목포 출생. 목포여자고등학교 졸업. 동아대 국어국문학과 졸업

2015년 문학도시 등단. 부산문화재단 창작지원금 수혜(2018,2020)

저서 시집 오후 석 점, 바람의 말(2018) 봄길, 영화처럼(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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