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두기 시인의 풀시 -풀씨의 꿈 4

김두기 시인의 풀시 -풀씨의 꿈 4

포랜컬쳐 0 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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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선해 사진 作

 

풀씨의 고백

 

내가 사는 곳에

내 머리위로 감나무가 있지

또 그 감나무가 그려놓은 그늘도 있고

지나치는 바람이라면 한번쯤 쉬어가면서

감하나 뚝 따서 한 입 쓰억 베어 물고 가지

난 날마다 그 감나무에게 말을 걸지

! 감나무야

넌 튼튼한 몸과 넓은 잎사귀와 맛있는 감을

가질 수 있는 비결이 무엇이니 하고 말이야

괜히 질투가나서

앙탈 부려보면 감나무는

이거나 먹어 하고 감하나 뚝 떨어트려 주지

 


두기의 자백 


비바람이 불면

감나무는 겁에 질려

날 부러워하지

넌 작아서 나처럼 이렇게 힘들게 서있지 않아도 되니

난 풀씨 네가 부러워

풀씨야 날 봐 지금 나의 잎사귀는 떨어져나가고

나의 팔은 사방으로 흔들리고 내 몸은

그 모든 것을 지키려고 이렇게 힘들어하는 것이 보이니

 


이방인의 독백

 

난 미안해하고 말했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전부를 다가질 수 없는 것을

어느 한쪽이 약간 모자라야

살아가는 이유가 생기는 것이라는 것을

그래 감나무야

 누구는 풀씨이고 누구는 감나무이고

서로 의지하며 살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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