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상근 시인의 시로 써내린 지난 이야기
소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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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5.20 00:19
임상근 사진作
창식이 형(94)
월성 임 상근
지게에 똥장분얻고 자루 긴 똥바가지로 한통가득 퍼담아
짚으로 마개 치고 삽 한자루 걸쳐
산아래 밭으로 가시는 아버지
삽으로 호박 구덩이 띄엄띄엄 파고
똥 한바가지 주고 흙 덮어 두었다가
그 구덩이에 호박씨 두개 묻어두면
가을에 누런 호박 주렁주렁 달아 달라고
주문 외우듯 중얼거리신다
똥지게 지고 밭으로 가시던 아버지
하늘나라 가시고 없는데
올 봄에 호박 구덩이 파는 아들
아버지 따라 주문을 외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