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랜컬쳐 작가노트, 김두기 시인편

포랜컬쳐 작가노트, 김두기 시인편

소하 0 5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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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두기 시인



하루에 하루가 붙잡으며 산다


                           김두기


하루를 합성한 시간 고무줄이 늘어나서 별을 깨웠다


진흙탕 같고

모래 같아

무작정 버무린 하루

소리는 유달리 요란하다

빈 깡통 속에는 호랑이가 살고

용이 살고 있다


굴러가는 모습들이 차도로 갔다가 결국에는 납작하게 밟혀버린 초침 하나로 겨우 살아가게 만드는 하루

한 번만이라도 허공 모서리 품고 살아서 걸어가고픈 하루

복합 복사기처럼 고정되는 서로의 시간 간격이 계단식으로 변해버렸다


질과 양으로 버무려지지 못해 허둥댈 때

하루의 종이 이제 그만이라고 울릴 시간이면

잔 속에 잔을 담아

질퍽해진 건더기 덩어리들이 비뚤 빼뚤 모양을 지니고 식도를 타고 뱀처럼 넘어간다


비틀거리는 발길질에 이리저리 차이는 하루의 조각들도 가끔은

색다른 불협화음으로 변질해 버린 목소리로

수시로 벽을 타고 갈지자 소변 줄기로 흐른다


눈 돌려 버리면 이 소리마저 하루가 몽땅 망각의 공간으로 굴려 가게 만들어버리는

뼈 없는 공룡시대

카멜레온 시대를 열고 있다


마지막으로 겨우 남겨두고 아껴 둔 하루를 길게 뽑아내고

방안 옷걸이에 걸어 놓을 때쯤

잠자리에 들어간 하루가

하루를 먹은 흔적으로 달려와서 통증을 일으킨 후 거칠게

운다


만지고 보아야 살 수 있는 하루

두려워도 얼굴빛 창백하게 철벽 두르고 처음 본 척해도

내 안에 느낌을 만들어야 숨을 쉴 수 있는 하루가 참 짧다

세 치 혀보다도 짧아서

잠시 헛바람들이 가면의 본심을 벗어 보일 때

한 번쯤 웃는다는 그리고 금방 무심해진다

이제는

수술 자국 만져질 때면

하루가 다시 하루를 먹고 있다



☎작가노트☎


우리는 하루하루 살면서 어떻게 살아가는 것일까.

삭막하고 짓눌리고 발악하고 싶고 때는 예쁜 꿈도 꾸고 싶은 것이

우리가 살아가는 꿈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직장 상사 퇴근 후 한잔 하루가 하루를 먹어 치우고 버려진 것처럼

골목길로 걸어갈 때면 과연 우리의 주소가 어디인지 알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그저 눈뜨면 잡혀가듯 직장에 가서 시달리고 그러다 보면 하루가 어떻게 가는 것인지 본인도 모을 때가 있다.

공룡의 하루였고 수시로 변해야 하는 카멜레온 세상인 것을

그 하루에서 삭막함을 지우고 싶은데 서로 간의 간격은 너무 먼 하루였다.

이제부터라도 그 하루를 내 안에 끌고 들어와 진짜 나의 하루를 만들고 싶어서 이 글을 적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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