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봉일 시인의 서러운 날도 풍경이다.

이봉일 시인의 서러운 날도 풍경이다.

소하 0 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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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봉일 시인   아빠 시로詩路 나들이 오신 블루다이아몬드 그녀들! 혜빈과 수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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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이봉일 作


감 꽃 떨어지는 풍경은 서럽다


                              이봉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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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해 늦은 봄 날이였던가

면사무소 귀퉁이 감나무 아래

쓸쓸히 뒤돌아서서 담배를 피워댔다


옛날처럼 늙어버린 아저씨

머리위로 봄이 떨어지고 있었다.

듬성듬성 건부적 같은 머리 사이로

감꽃이 내려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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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로 간 아이들 이야기에 눈이 젖었다

꼭 묻고 싶었던 이야기는 하지 못했다

쓸쓸히 연신 피워대는 담배연기로

아직 돌아오지 않은 것을 알았다


세상사람들은 몰라도 나는 안다

밤마다 아랫 마을로 마을로

힘겨운 그림자를 안고서 길을 나서는

서러운 풍경을 나는 안다


세월이 강물처럼 흘러갔다

한번 흘러간 강물은 되돌아 오지 못한다

해마다 읍내 농협 귀퉁이에 감꽃은

떨어져도 그  쓸쓸함은 어디로 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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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절초


      이봉일


그대가 꽃이라면

구절초로 피어다오

화려하지도 않고

수수하여 정붙기도 좋아라


사는 길은 한숨의 길이였네

한숨속에 사라져 버린

그 많은 담배 연기들은 날

얼마나 원망하고 떠났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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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구절절 넘고 넘는 인생길

그다지 아름답진 않지만

어머니가 차려 주신 쌀밥같은 꽃

그래서 더 그리운 꽃이여


우리가 가고 있는 인생 길가

수수하게 피어있는 구절초여

달빛보다 서러운 꽃이여

사는 길가  흘려내린 눈물같은 꽃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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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의 시


        이봉일


그 얼마나  보고싶었나

그리움은 얼어붙고

외로움은 고독으로 얼어붙고

다시는 오지 읺으리란 절망이여


이젠 서서히 동토의 땅도

훈풍이 돌고  흙더미 속에선

기어이 살겠다는 풀 잎들 솟고 있으니

드디어 우리들의 세상이  멀지 않았다


아무리 추운 겨울도

따스한 봄바람을 이기지 못하나니

아무리 괴로운 사랑도

어느 한 사람 가슴속에 잘 두게 되면

가슴은 다시 열고 꽃을 피우니라


가장 고독할 때

가장 어두울 때

그리워서 못견디게 서러울 때에

세상을 다시 봄으로 피우나니

2월은 따스한  봄날로 이어주는 오작교


새벽처럼 일어나시며

세상에서 가장 따스한 봄을  주시고

너무 짧게 사시다 우리곁을 떠나셨던

하염없이 너그러운 내 아버지 같은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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