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선해 시인의 꽃다리 사랑 6

박선해 시인의 꽃다리 사랑 6

소하 0 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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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 꽃


       박선해


그 누구 손 봐 줄 이 없고

미적인 대우 없이도

빛의 향기를 받아 피고 지는데

큰 마음 받지 못하나

햇살에 흰살은 포롱포롱 일어 나고 있다


스친 무늬 사뿐 진지함에 답을 입어

고진 인내 정들인 꽃망울은

순정을 다해 온화하게 피운다


달무리 살점하나 뚝 뚜둑 떨어지니

밤비둘기 뒤뚱거리며

흰 깃털 떨구고 날아간다


세상 아픔들이 부질없어도

더불어 살아가는 우리앞에

금방 올 여름은 더 푸르러 뜨거운 봄이었지

웃음 가득 찬 흰꽃이 휘날리고

뿌리는 땅속으로 아우성이니

이유 묻지 않을 긴 여로여라


언제 저 꽃 떨어지면

이 마음도 푸욱 여물겠지

꿈망울 같은 과실 주렁주렁

첨령처럼 익어 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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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마임 포토 친구


찔레꽃


     박선해


모든 빛의 안부가 살포시 흐른다


하얀 가슴에 수런수런 피어나는 봄물,

서너줄 청해 오는 박하가 여향으로

지난 불면을 들어 주며

가르랑 거리던 목젖을 틔워 낸다


그로 흐드러진 고독이 신중하고

가끔 쌉쌀 물컹한 맛이 귀엽고

순박한 언어들이 동원되고

유년의 회상이 살그런 미소 짓고

그러한 풍경속에 피어 오르는 자화상

손발 맞추듯 함축 할 단어가 없더라


굳이 그립다거나

시선을 집중하지 않아도

따뜻함은 그 향기 오래 머물고

꽃술은 박동소리로 계절을 자랑한다

가장 깨끗하고 맑은 동공속에

뭉텅 뭉텅 지난 설렘이 춤춘다

유년의 노천에 마구 자라나던 찔레

찬란한 꽃향기 하늘로 돌돌돌

하얀 구름에 뒹굴어 스민다


가슴에 닿는 외등 하나가

따사로운 음악이 되어 흐르고

우리가 쓰 온 비망록은

힘주어 쓰지 않더라도 벗고운 것이다.




왜개연꽃


        박선해


아침부터 순전히 피어나던 꽃이기에

잎사귀의 크다란 사랑도 탐을 했던가

진실을 구분하고 순수를 일으키며

흥겨움은 한층 더 부풀여서

향기라 눈맞추기 하니

입김이 쉽사리

부러질 줄은 숨겨 왔네


환호에 먼지 쌓이고

물음표는 욕망에 파닥이고

짧은 꿈의 고요에

누군가를 위한다고 두손 모은다


숭숭한 어둡살이속에

심장이 발꿈치로 잔발을 끌어 당기며

노랑 꽃대 올리던 손이

꼬부랑으로 왼종일 흔들린다


초가을

이 가련한 계절

퉁방울 툭 떨어지는 통쾌한 통증

꽃들의 그윽한 내면이 진지하고

실그물같은 그 입김 활짝하니

푹 익어가는 가을의 장관을 반겨

섬섬한 하루를 둥그렇게 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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