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랜컬쳐 오늘, 김두기 시인의 현장시現場詩
문정
0
565
2021.08.24 08:14
태풍이 지나간 새벽, 현장에서
김두기
간밤에 몰아치던 비바람 사라지고
별빛도 안 보이는 캄캄한 적막이네
새벽에 할 일이 많아 땀방울이 맺히네
어디서 날아와서 도로에 뒹굴면서
찢어진 모습으로 부서진 모양으로
존재의 이력서 몇 줄 선명하게 보인다
사람도 폭풍 만나 쓰라린 상처 품고
희망도 안 보이는 터널에 부딪칠 때
살아온 참모습들이 본바탕을 보인다
한 번쯤 어김없이 때 되면 지나간다
어떻게 대처하고 지혜로 풀어낼까
붙잡아 야무지도록 예방하고 대처한다
힘들게 사방천지 수습을 하는 동안
잔여물 가득 모여 평소에 몇 배 되네
이것이 천직이라고 여기면서 일하네
직업에 귀천 없다 말들을 하겠지만
아직도 우리 사회 험한 일 낮춰보네
그래도 난 당당하게 가슴 펴고 살아가네
2021년 8월 24일 태풍, 오마이스 새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