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성근 시인의 다닥닥 돋아나는 그리움 2

임성근 시인의 다닥닥 돋아나는 그리움 2

소하 0 670

1214012c04793e75b2ceee27268b9731_1630457434_31.png

                    임성근 시인



가을


     정거장/임성근


무더운 불볕더위 쫓겨난 자리마다

구름도 한 점 없는 초가을 산들바람

신이 난 고추잠자리

고개 숙인 벼 이삭


들판엔 금빛 너울 팔 벌린 허수아비

하늘도 시샘하여 여우비 찔끔찔끔

농부의 바빠진 손길

귀에 걸린 웃음꽃

1214012c04793e75b2ceee27268b9731_1630457525_23.png
               유중근 사진가 作


그리움


       정거장/임성근


농익어 삭아버린 짜디짠 젓갈처럼

아쉬운 마음속에 미련 남은 기억으로

썼다가 부치지 못한

묵은 편지 같은 것

입안을 감고 도는 향긋한 그 향기에

알싸한 여운마저 웃음을 짓게 하네

숨겨둔 눈물의 의미

부질없는 기다림






입추

                       

  정거장/임성근


새벽이 눈뜬 아침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은

푸른 물감을 칠한 듯 푸르고 높습니다.

입추의 오늘

달라진 마음에

살갗을 스치는 바람이

시원함을 묻히고 가는 착각을 느낍니다

아직은 여름 더위가

빨갛게 동트는 하늘에도

벌써 고추잠자리 가을을 춤추고

매미 떼 울음 쫓는 귀뚜리의 노랫소리

아침의 정적을 깹니다

아-여름을 사냥하는 가을은

아무도 모르게 살짝

또 이렇게 찾아오나 봅니다





매미


     정거장/임성근


인내로 숨죽이며 어둠 속 움츠렸다

웃는 듯 울음 울며 불태운 청춘의 덫

사회적 거리 두기로

입만 벙긋 울었네


가로수 목이 마른 한낮의 찌는 더위

찌르르 울다 지쳐 혀 빼문 붉은 입술

연이은 재난 문자에

지친 육신 현기증


아직은 한창 더위 여름이 저만친데

가을을 재촉하는 귀뚜리 노랫소리

말못한  볼멘 투정만

마스크 속 옹알이


서산에 붉게 걸린 황홀한 저녁노을

오가는 눈길 속엔 무표정 얼굴들뿐

바쁘게 재촉하는 길

잊혀져간 여름날






떠난 후에


           정거장/임성근


빼다지 속에 감춘 부모님 내리사랑

하얗게 서리 앉은 반평생 지난 후에

살짝이 펼쳐본 앨범

가고 없는 한세월


받기만 하던 사랑 예전엔 몰랐었네

하세월 보내놓고 이제사 철이 들어

받을 땐 몰랐던 그 정

떠난 후에 깨닫네





0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