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채원의 시詩애愛뜰 - 자작자작自作自作 10

여채원의 시詩애愛뜰 - 자작자작自作自作 10

색연필 0 613


d3d27253003c9add66909493d27fed85_1631343828_6.PNG

여채원 사진 作




두 마음

소선 여채원

학교를 가는 아침이면

아랫마을 사는 혜숙이가

​우리집 장독대 위에 가방을 올려 놓고

​마당개 메리와 장난을 치며 노는 일이 잦았다


울 엄마의 고집을 알기 때문이다

세수를 안하고 가방만 울러매면

​혜숙이가 기다리지 않아도 되건만


엄마는 절대 물러서지 않는다

밥공기가 반 이상 줄어들 때 까지 지키고 서서

기어이 목구멍으로 삼키는 것 까지 보고야 만다



성격 좋은 혜숙이는

내가 엄마와 실랑이 하는 동안

차라리 메리와 나름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미안한 마음과 달리

정수리 짧은 머리카락은

​그날따라 곧게 서서 찰랑거렸다

실개천에 놓인 나무다리로 혜숙이를 곱게 건너게 하고

나는 훌쩍 실개천을 뛰어넘어 발걸음을 맞춘다

아침이슬 머금은 풀 사이로

신발을 적실만큼 작은 오 솔 등굣길에는

​유독 비실거리고 왜소했던 나를 위한

엄마와 혜숙이의 두 마음이 함께 놓여 있다




▣ 작가노트 ▣

이마가 넓어 별명이 '태평양' 이었던 혜숙이는

별명만큼이나 마음이 넓었던것 같다

제작년 만난 혜숙이는 울 엄마의 안부를 물었다

'어머니 여전 하시나' 하며 어린시절

혜숙이도 나와 함께 앉혀서 억지로 밥을 먹이시던

우리 엄마를 잊을 수 없다고 했다

다른 엄마들 처럼 담임선생님 찾아뵈며

인사를 드리지 못해 미안했던 당신이

유일하게 해줄 수 있던 게 밥 아니었을까..

또래에 비해 약한 막내딸을 엄마가 챙겨주었던 것처럼

이젠 연로하신 엄마를 위해 내가 보살펴 드린다.




0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