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만 시인의 가을에 쓰는 시
소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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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0.10 17:06
김마임 포토친구
억새가 가을을 태울 때
김성만
억새가 바람에 나부끼는 것처럼
바람에 억새가 부딪히는 것처럼 그렇게 살았습니다
어느 날 문득 뒤 돌아보면
아득하기도 멀지도 않은 제살을 태우는 일들
바람 부는 날에 부딪히는
억새 우는 소리를 따라가는
노을의 붉은 그림자 뒤를 따라가는 누구의 모습조차도
지워지지 않는데
어느 날 가을 초입에 흔들리는
산 모퉁이 누구 닮은 억새가 노을 물결에 밀려
바람을 태우는 일들
어디서 살았던 일인지
어디서 살아왔던 일인지 눈시울 자국 붉은 산 그림자 숨은
모습을 따라가는 바람의 뒷 이야기 하나를
주워 들고 따라가다 보면
누구와 만날까
이 가을 억새 누렇게 타드는 붉은 노을의 눈동자 속에
숨어 있던 한 사람 모습조차도
누구의 일이 었던다 생각하는데
바람은 억새를 휘어 감고 더 높이 떨어지면
나는 또 이 가을 어디서 누구를 만나
먼 산 어디서 갈 길을 물을까요
억새 물결치는 소리가 바람에
저렇게 소리치는데
갈 길을 또 묻는다는 것은
누구의 운명
누구의 장난이기에
살아가는 일들
저렇게 스스로를 태우는 것을
이 가을 또다시 수긍해지는
산 모퉁이에 스스로 묻고 싶은 많은 질문들이
저렇게 타며 누렇게 멍으로 되돌아오는데
어디서 나 같은 사람 한 사람 만나
같이 억새 타는 소리로 타들 수 있을까요
억새가 바람에 부딪히며
바람에 억새가 부딪히며 사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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