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호 시인의 시詩는 뜨거운 동반자

이순호 시인의 시詩는 뜨거운 동반자

소하 0 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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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순호 시인



사막은 야성이다


                               이순호


홀연히 개는 사막으로 떠났다.

애지중지,비록 먹다남은 잔 반일지라도

먹이고 쓰다듬었는데

사육이라는 인간의 배신이

길들이겠다는 인간의 탐욕이 ...

비난하거나 걷어차지는 않았을 뿐

인간의 야만이야말로 너에 야성보다 더 악의적이었음을

회개한다


선인장 울타리 너머 마지막 잔 반과

생선의 뼈만 남기고

무색의 침으로 표식된 너에 슬픈 영역을 버리고

터전을 버리고

거주지를 버리고

헛된 언약이나 명령따위에 침을 뱉는다

철탑의 검은 새들처럼

바람의 언덕 너머로 날아갔다 모래먼지 휘날리며

안착을 버린 너는 위대한 야성이다

푸르른 자유다


다시 송신한다

마지막 인연 같은 것을 묻고 싶어졌는데

거부의 몸짓처럼 모래바람으로 짖는다

안락을 버릴 줄 아는 너는 생명이다


멀리...

자박자박 오아시스의 푸른 물 튀기며

질주하는

늑대 한 마리


1989 6월 어느 날 사하라 사막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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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중근 사진가 作


까마귀 -나는 루저다


                                   이순호


불꽃처럼 치솟다가

비처럼 추락하는 날개죽지

까마귀의 젖은 날개를 본 적 있는가

기울기가 다른 어깨죽지

수평으로 날지 못하는 서러운 비애는

지 손으로 찔렀든 지 눈

어깨의 무게는 기울어진 사진 속 액자처럼

기울기의 예각은 삐뚤하다


비석바위처럼 어색한 문자의 침묵 같은 게

유치한 시가되는 사람살이

은밀하게 어둠을 모으는 숲이

젖은 날개를 가려준다

감추고 숨기고자 하는 날개의 상처는 아픔 뿐

부재하고 부패한 젖은 마음은 진동하는 악취 뿐

그대 날아온 흔적이

그대가 그은 비행운처럼 울퉁불퉁 비구름처럼

깜깜하지는 않았는지

하늘 길도 언제나 편편하지만 않았는데

짐짓 모른체 까만 눈망울만 굴리는

까만 까마귀 한 사람


지줏대에 묶인

까만 씨를 잉태한 재래종 해바라기 한 마리

할 말 있다는 듯

빤히 쳐다 본다

비는 구죽죽 내리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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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 속으로 날아온 열무김치


                          이순호


퀵 서비스는 번개인 듯 빛의 속도로 왔어요

포장을 뜯을 때 징하게 붙어있는 압착 테이프

딴딴한 그 사람 마음이라 믿었지요

열린 속마음에는

얼음의 장벽이 있었지요

절대로 풀리지 않겠다는 결연함이 묻어 있었지요

그 냉기,

차거운 바람 같은


전화 왔어요

"밥은 묵고 댕겨 잘 살고"

그리고

"앞으론 전화 하지마"


비는 계속 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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