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석순 시인의 살아가는 것은 축복시詩 10
소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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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0.30 12:16
가을에는 밥심
태안 임석순
들녘이 잡풀처럼 보이지만
알곡이 가득 차 있음을 알기에
힘들고 어려워도 행복이 넘쳤다
찰지고 고소하고 맛있는
우리의 쌀농사가 풍요로운
가을날 영양식 토종 미꾸라지
아무나 하지 못하는 것이지만
누구도 하기 쉬운 일이 되어 주니
보약이 따로 없었다
새 세상 찾아와도
옛날이 그리워라
시냇가 흘러가는 개여울
어머니 허리는 다 굽어서
하늘보다 땅이 더 좋아서인지
낮추고 또 낮추니 울 엄마 냄새
가을비
태안 임석순
가을비에 꼼짝없이 나뒹굴던 잎새는 땅바닥에 달라붙어
지나가는 나그네 발길에 눌리어 앓는 소리도 낼 수 없다.
산봉우리가 고목나무와 구름에 가려진 채 그 자리에
꼿꼿이 지켜 서 있어 믿음직하게 나를 반겨 주겠지
떨어지는 빗방울이 대수인가 된비알이 무슨 대수랴
을씨년 스런 사잇길 따라 떨어지는 나뭇잎을 밟으며
한 발짝 두 발짝 내디디면 될 것이니
둥싯거리며 고갯마루 오르고 오르면
두메꽃, 초롱꽃이 나를 반겨 주겠지
하늬바람 불어올 때 삭신이 쑤셔오고 옹송그려온다.
*된비알: 몹시 험한 비탈
*둥싯거리다: 몸이 굼뜨게 움직이다.
*두메꽃: 깊은 산골에 피어 있는 꽃.
*삭신: 온몸의 근육과 뼈마디
*옹송그리다: 무섭거나 추워서 몸을 궁상스럽게 옹송그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