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 동행 * 이 달의 Artem * 부싯돌 문학상 * 어머니의 동치미 * 김재진 작가
포랜컬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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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07 08:22
#최우수상
#부문 시
어머니의 동치미
김재진
등허리가 구부정해진 어머니가 동치미를
신명으로 그득히도 담그셨다고 하십니다
되도록 늦지 않게끔 다녀가란 전갈입니다
마음이 허둥지둥 계절 오가듯이 바빠집니다
예전에 손맛 하나는 깐깐하시던 어머니가
무심한 세월 보태져 맛이 없다고 하십니다
입맛도 달착지근해야 그나마 좋다고 하시니
아이가 되신 건 아닌지 괜스레 걱정입니다
그새, 지천명에 손맛까지 닮아진 오누이가
밑 간을 봐 준다 하니 내심 좋아하십니다
올해가 마지막이려니 새삼스레 다짐하시며
허드레 찬 가지도 주섬주섬 챙겨 주십니다
도도히 구비하는 강물에 손맛이 좀 없다 한들
그 뉘라서 모진 가시밭길 당신을 탓하겠습니까
노심초사 서리꽃에 치매까지 더해진 어머니가
새해에도 그런대로 무탈하시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