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 동행 * 이 달의 Artem * 부싯돌 문학상 * 만혼 * 임이경 작가
포랜컬쳐
0
158
02.20 10:24
# 부문 서정시
#본상
滿昏(만혼)
임이경
파멸의 시작은 거짓으로 왔다
흰 꽃 사이로 번지는 핏빛 연정
이용당한 순수
별이 사라지고 흰 달 마저
숨어버린 검은 밤
너는 영원히 그 어둠 속에 볼모여야 한다
사랑을 퇴색시킨 죄
생을 유린하고 이용한 죄
거짓 앞에 거짓 기만한 죄
허상의 형상으로 신을 모독한 죄
가면 속 얼굴은 本態(본태) 인가
아직도 두 손 받들어 너를 흠모하고
추앙하며 사무치는 순정이 아프다
세상이 기울기를 시작하면
태양을 삼키는 검은 구름
어둠이 찾아오는 건 밤이어야 한다는
일방적 약속은 파기되었다
밤을 삼킨 백야
낮을 삼킨 검은 구름
그 속에 미소 짓는 너
미소에 현혹되어 버린 理想
미소 뒤에 감춰진 검은 異常
너는 태생이 어둠이었다
검은 구름과 백야가 만들어 낸 형상
세상에 존재의 無가 필요한 너
이제 화형식을 치른다
새벽이 오는 소리, 낮의 시간을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