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출판 신정 특선작 * 마음들이 속삭이는 오솔길 작품집* 매미오줌 * 이종순 시인편
포랜컬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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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2.20 19:46
매미
이종순
오줌 운동길에 들려오는 매미 노랫소리
점점 짙어지는 수컷 매미의 쩌렁쩌렁한 테너 소리
맴맴맴맴 찌르르르
맴맴맴맴 찌르르르
간간이 들리는 참새 소리 화음이 되나 싶다가
화난 듯 도돌이표를 달고 큰 소리로 목이 터져라 울어 댄다
발걸음이 빨라지고 더위와 습도에 앉을 곳을 찾는다
빨강, 파랑, 초록, 노랑의 평상 위에
커다란 파라솔이 알록달록 펼쳐있다
약간의 햇살도 지금은 싫다 그늘이 필요하다
울창한 나뭇가지 늘어진 평상은 만석이다
저 멀리 두 사람 앉을 벤치 위엔 파라솔 대신
벚나무 이파리 짙은 군복을 두르고 있다
매미 녀석 여기서도 울어 댄다
포기하고 땀을 닦으니 마른하늘에서 빗방울이 떨어진다
하늘을 올려다보니 파란 쪽빛에 솜사탕이 너부러져 있다
소나기를 생각 한다
만석의 평상 위엔 아무도 일어 날 기세 없다
연약한 여인 덥다고 빗님이 특혜를 준 걸까 한다
초록 군복 속 매미 녀석들 밉살스레 울어대어
그만 좀 울라 소리치니 사랑이 고파 운단다
어쩌겠나 해 줄 수 있는 것은 없으니 아무 말 못 하고
내가 일어서야지
돌아서 걷는 걸음 사이 전화가 울린다
나만 운이 좋아 빗방울로
땀을 씼었다 하니 매미 오줌이라 한다
이런 날벼락이 있나
매미에게 오줌 벼락을 맞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