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상근 시인의 시로 써내린 지난 이야기
포랜컬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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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0.09 03:12
임상근 시인
창식이 형(99)
월성 임 상근
봄 들판에서 이마에 흐르는 땀 훔칠 때
논둑길 저편에서 새참 보따리이고 건너온다
시원한 백김치 국물 까만 감자떡 한 그릇
어릴 때 썩은 떡 안 먹는다고
도망가던 생각이 그림처럼 일렁인다
여름에 감자 수확하고 작은 감자 모아
큰 고무대야 알이 작은 감자 가득 담아
비닐 씌워 삭히는 감자가루
지독한 냄새 진동하던 우물가
여러 번 물 갈아 감자 전분 가라앉으면
커다란 하얀 광목 보자기 펴고 말렸다
뽀얀 감자가루 손으로 만지면
뽀드득뽀드득 소리 재미있어
형하고 둘이서 장난치다 감자가루 하얗게 흘리면
엄마 눈이 커지고 하얗게 꾸짖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