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중근 시인의 걷다가 쓰는 사진

유중근 시인의 걷다가 쓰는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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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중근 사진作



엄마


  유중근

 

엄마~

어머니~

듣기만 하여도 가슴이 저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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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나이 마흔 아홉 내 나이 열네 살

휘영청 달 밝은 밤 먼 길 떠나신 후

사십 오 년이란 세월 엄마 나이만큼이나

엄마라는 단어는 잊고 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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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두화 벙글고 낮달맞이꽃 화사한 날

가슴 설레고 벅찬 일이 생겼습니다

이제 어머니라 할래요

자주 찾아뵐게요

일방적인 프러포즈에

낮달맞이 꽃보다 더 화사하게

흔쾌히 그러자시던 당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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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진 세월에 7남매 낳아

애지중지 번듯이 키워 내시고

만추의 아름다움을 즐기셔야 할

당신이 중환자실에 계시다니요

멀리 있는 아들도 좋지만

가까이에 아들이 생겨 좋다시던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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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절히 바라옵건데

오디 익고 보리 필 무렵까지

벌떡 일어나 하동포구로 오세요

오디 갈아 섬진강 바라보며 한 잔 나눠요

가을날 꽃무릇도 보시고

이듬해 섬진강 벚꽃도 보셔야지요


섬진강 바라보며 아버님의 십팔 번곡

<청춘고백> <비 내리는 고모령>도 

함께 불러요

덩실덩실 어깨 춤추며 자식들 효도받으며


딱 십 오 년만

저에게도 어머니라 부르게 해 주세요

어머니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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