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일규 시인의 수묵화 한점의 풍경은 시詩多.5
소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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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2.02 01:00
ㅡ편지ㅡ
초겨울 비 오는 날에
친구에게
밤부터 내리는 차가운 빗소리에
출가 후 첫 친정집에 가는
새색시처럼
낙엽들은 부랴부랴 뒷 모습을 감추고
몇 안 남은 은행알만 대롱대롱
흠뻑 젖은 몸으로
떨고 있구나
계속 되는 빗소리 벗을 삼아
창가에 기대어서
커피 잔을 기울여
멀리 떠나있는 친구 얼굴 그려가며
소식을 물어본다
친구야 그동안 잘 지내고 있는가
코로나에 갇혀
이런 저런 핑게로
소식도 제때 전하지 못하여
미안하기 짝이 없네그려
부디 아프지나 마소
이 또한 한 때
모두 지나고 나면
더 좋은 날도 오지 않겠는가
우리에겐 아직
삼시세끼 밥 잘 먹으며
서로를 잊지 않고 추억을 되새기면서
내일을 설계 할 수 있는
친구가 있고
따뜻한 이웃이 있잖은가
이번 비가 개고나면
부쩍 더 추위가 심해 질꺼라네
몸단도리 잘 하시게나
그날 우리 만나보세
그럼 총총
유중근 사진 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