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수정 시인의 겨울로 가는 시詩 1

우수정 시인의 겨울로 가는 시詩 1

소하 0 5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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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마임 포토 친구


목화솜


    우수정


손발 꽁꽁얼어 한시간 남짓 책가방메고 걸어온 집

"엄마"부터 부르며

목화솜 두툼히 넣은 이불속에

작은몸 쏘옥 밀어 넣고는

금새 잠이 드는 아랫목


잠결에 만져지는 양푼에

누룩넣은 반죽이 부풀고

겨울산행 가신 아버지의 밥그릇

온기품고 웅크린 이불속


어머니는 진빵을 만들어 주시려나 보다

얕은 잠결에 팥삶는 냄새


아랫목이 따뜻하게 데워지고

낮잠에서 깬 딸에게

잘 삶아 졌나 보라고

달큰한 팥앙꼬 입속에 넣어주는 어머니


아버지 오시기전에 저녁준비 한다고

분주한 어머니 

고사리손 내밀고 돕겠다고

진빵을 빚으며

재잘거리는 딸이 그저 이쁜가보다


일찍 어둠이 찾아드는 산아랫 집

굴뚝에는

따뜻한 목화솜이 피어 오르고

여덟 식구 둘러앉아

행복한 겨울저녁 만찬은

팥앙꼬처럼 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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