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병진 시인의 살아가는 일은 모두 행복하자 1

한병진 시인의 살아가는 일은 모두 행복하자 1

소하 0 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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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병진 시인



그때가 좋았어


      雲岩/韓秉珍


산너머 골짜기

늘어진 감나무

초가삼칸 마룻장밑에

귀세우지 못한 개 한마리

할일없이 짓다가 하품하면

쉬파리 콧잔등에 앉았었지


보리밥 한바가지

풋고추 된장그릇

여름볕에 호박꽃 숨죽여도

보리밥방귀 큰소리로 새나오고

수수밭 높은 이삭끝에

고추잠자리 날개접고 잠들었지


오래 묵힌 옛날얘기

옥상 실외기 윙윙되는 더위쯤에

커피솦 목 긴 의자에 묻혀

너와 나의 까만 시절을 되색여도

한시절 이었을 뿐

되돌아갈 과거는 다시 없겠지


도시에 비가 내리고

아스팔트에 햇볕이 작열해도

과거의 볏집단이 무심할 뿐

고추잠자리 고추밭에 없고

밀대망 여치 울음 들은 지 오래

세월이 남긴 여울목만 지쳐 있겠지.




길은 끝이 없더라


       雲岩/韓秉珍


인생 걷는 길

혼자이기 뒷모습이 

쓸쓸하리라 생각마라

길위에 무수히

떨구어버린 외로움일랑

무거운 짐이였기로

이별을 받아들인 네가 아니더냐


어느 날 혼자

어미를 받아 들인 날

첫울음도 서글퍼

견딜 수 있으리라 믿었거늘


언젠가 혼자

어둠을 받아 들이는 날

몇사람 울음으로 끝날것을

익히 알고 있을 네가

뒷모습 눈에 밟힌 아쉬움으로

거리를 거닌것은 아니였으리라


거닐수록 허전한 것은

빈 옆구리 바람탓은 아닐것이고

발소리 더불어 흔적없는

시간탓만도 아닐 것이고

깨우치지 못한 짧은 지혜탓도 아니겠지


무수한 입버룻처럼

'당신!  누구야?'

길은 끝없이 나를 데려가는데

내가 끝없이 길을 밟고 가는데

어디에서 길이 멈추려나


산길 높은 곳

세상을 굽어봐도

항상 제 앞 길이 어두워서

'누구 없소?'

길은 어둠속에 달빛만 드리우고

그림자 벗있어 둘이련만

응어리진 소리마져 잦아지는 밤


길은 끝없이 나를 끌고

내가 끝없이 세월을 끌고

길은 세월도 모르고 함께하고 있었으리라.





벤취에 앉아


    雲岩/韓秉珍


갈바람이 어깨축을 움츠린다

벤취엔 사람이 없다

어느날엔 끊임없이 토해내던

자판기 불빛도 싸늘하다

커피 한잔만으로

경안천보는 나의 품이다

여름날 들끓던 발길 어찌하고

넓은 품 혼자 껴안기엔 나도 외롭다


물길은 여전하고

멀리 경안천변 바람이 불어오면

억새 허연얼굴들이 히죽거린다

한시절 들끓던 사람들로

벤취 가득 넘쳐나던 소리마져

하늘 떠가는 비행기로 무색하구나

오고가는 사람들로 매점 불빛 있더니만

불꺼진 창으로 내일은 외롭지 않을 것이다


살고 변해가는 세상일이라

수은계 몇도가 사람을 이리 움직이니

나랏일이야 오죽하랴

진창수렁에 허우적인들

별빛 무심히 제자리 이건만

민초는 나랏일에 근심만 가득할 뿐

바람도 제 일인듯 낙옆 몇장 구르는데

어깨시린 가을날 어둔 경안천변에

사내하나 자리앉아 경안천보를 지키더구나.


♨한병진 프로필♨

한국문학세상 시.수필 등단

한국문인협회 회원

한국문학세상 수필 문학상 수상

황금찬 노벨 문학상 추대위원

21대한민국 문학상외 다수의 문학상 수상

문학광장 카페 운영 위원장.운영이사

신정문학&문인협회 회원. 남명문학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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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병진 사진 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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