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호 시인의 시詩는 뜨거운 동반자 2
소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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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0.07 19:07
유중근 사진 作
단풍
이순호
단풍은
나무가 밀린 일수를 씩씩거리며 찍는 붉은 인장
햇볕에게 혼쭐나고,
바람에게 졸지에 따귀맞은 흔적
거리를 물들이는 바람난 여자의 달아 오른 색조들
어쩌면 단풍은
떠난 사람이 없는 사랑에게 보내는 은밀한 시그너처
단풍이 온다
국화
이순호
병풍 앞에서
활짝 핀 국화꽃 무리
검은 망자가 뚜벅 걸어나와 한 송이 뽑는다
미망인의 머리에 살짝 꽂아주고 사라진다
하얀 국화꽃
단풍3
이순호
너는,가만히 있어봐
내가,네게로 엎어질게
눈을 감고 마음을 벌려봐
껍질을 벗고
너는,가만히 소리를 들어봐
호흡이 포개지는 소리를
바람의 전희를 느껴봐
살아있음의 실체를 증거하자면
우리
붉게 단풍들자
달맞이꽃
이순호
생의 환타지는 어둠이었다
시간과 공간의 경계에서 달맞이꽃은 핀다
달과 꽃의 아득한 거리에서 물결치는 파동
필경,그때 바람의 온도는 따뜻했어리라
달맞이꽃은 작은 파문으로 출렁이었든 것을
꽃과 사람의 거리도
오묘한 파장의 중력이 파도처럼 그리움을 당기고 있었을
것인데
폭염뒤 폭풍이다가
우수수 낙엽지다가
소낙비 자주 쏟아졌을 것인데
달빛아래 달맞이꽃
그 억겁의 간격이야말로
꽃과 사람의 거리
그대와 나의 거리라해도 틀린 말 아닐 것인데
달빛아래 열리고 있는 저 꽃잎의 파동이
생의 환타지인 것을...
단풍5
단풍비가 쏟아진다
마음,채 익지 못하고 떨어진 능금에도
핏기가 있었다
문득,
그녀 가슴 단추를 열어보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