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비주 시인의 문학 감상 3, 소소한 감상문 -나! 황진이
김비주 시인
나,황진이!
ㅡ소소한 감상문 ㅡ
김비주
김탁환이 쓴 황진이는 이제까지의 우리가 가지고 있던 소설에 대한 일반적인 상식을 벗어난다.
단정하고 아름다운 문체로 기억과 자료를 가로지르며
삶을 탐험하는 소설가이기도 하다.
문학평론가인 정재서는 소설 <나,황진이>는 창작 방면에서 새로운 저간의 시도를 집약함과 동시에
새로운 출로를 열고자 하는 노력의 결실이라는 점에서
또 다른 주목을 요하는 작품이다라고 말한다.
또한 김탁환은 이 소설을 통하여 황진이 개인의 전설적인 삶뿐만 아니라 불교와 도교까지 포용하는
조선중기 회통적 사상계의 주역 서화담을 이야기 하고자 한다.
또한 이 소설은 종래의 사건 중심의 서술을 거부하고 비사건적 서술로서의 면모를 보여줄 뿐만 아니라
황진이의 입을 통한 그의 서술방식은 시적이며 철학적 사유를 함께 담고 있다.
이 책의 제목에서 암시하듯 <나, 황진이>는 자신의 이야기,인간으로서의 전 과정을 자신의 입을 통해 서술하고 있다.
이 책은 문체가 상당히 유려하고 달콤하며 글 곳곳에 드러나는
아름다운 우리 말들의 잔해와 한 여인으로서의 갈등이 아닌 인간으로서의 고뇌가 서늘하다.
늘 흠모했던 연인이자 평생 그의 가르침을 실현하여
스승인 서화담을 따르며 완전한 인간으로서의 거듭 난 삶을 살고자 하였다.
삶의 방식을 변화 시킨 그녀만의 삶의 방식을 통해
송도의 삼절로 유명한 서화담, 황진이, 박연 폭포가 있다면
우리의 사유속에 서화담은 어떤 존재로 자리매김하고 있는지?
기생으로 뭇 남성의 사랑을 받았던 시대적 여인으로서 황진이는?
황진이를 취하지 않았던 서화담을 늘 온전한
자기 완성의 또 다른 전형으로 흠모하였던 내게
이 소설을 통해서 두 사람의 아름다운 인간 성숙의
단면을 그리워 한다
소설은 이렇게 시작한다.
산빛 짙은 창에 기대어 잠을 청한 탓일까요.
방문해도 어려움이 없겠느냐는 허태휘*의 기별이
없었다면 동동( 눈이 귀뒤에 달려 있는 상상의 동물)
처럼 귀 뒤로 한쪽 눈만 끔뻑이며 시간을 죽였을 겁니다.
장닭이 횃대에 앉기 전부터, 푸르기가 머릿발 같은
오관산의 붉은 빛을 살피던 내게 늦잠은 어울리는 단어가 아니지요.
도에 뜻을 두며 예에 노닐기로 결심하고 꽃못(화담, 서경덕이 제자들을 가르친 곳.
서경덕은 이 지명을 자신의 호로 삼았다)
에서 청금(학생들이 입는 옷)을 입은 후로는 더욱 시간을 아꼈답니다.
*허엽(1517~1580)태휘는 그의 자이다.
화담 서경덕의 제자로 훗날 동인의 영수가 된다.
허봉ᆞ허균ᆞ허난설헌의 아버지이다.
잠비 (여름비)에 자주 빠지던 작년 여름* 망극한 일을
겪은 후부터 꽉 짜인 일상이 바뀌었어요. 스승이 아니 계시니
꽃못이 고요하고 꽃못이 고요하니 세상의 티끌과 먼지를 끈덕지게 살필 자신이 없어졌답니다.
옆구리로 바람이 들더니
아랫니가 빠질 듯 아릴 뿐만 아니라 이마에 정수리까지 붉은 반점이 제비 동자꽃처럼 퍼졌지요.
*서경덕이 세상을 뜬 1546년 7월
도를 얻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극락에 오르는 것은
그 다음이라 했던가요. 성인의 길을 보지도 못한
내가 어찌 세치의 혀를 놀려 돌아가신 스승의 그림자를 쥘수 있겠습니까.
ㅡ나,황진이 중에서 ㅡ
이 소설은 스승의 죽음 뒤에 오는
허망함과 스승의 완전함을 닮으려는
그녀에게 항상 낯선 순간들이 필요한 예인의 그녀!
끊임없는 미혹의 언저리에서 스승과의 약조를 지키려는 그녀의 인간적인 고뇌가 엿보입니다.
생사를 초탈한 자로서 스승과의 간극을 최대한 좁히려는 가상한 그녀의 의지를 상상해 봅니다.
이렇게 시작한 소설은 그녀의 출생과 성장을 기술하게 됩니다. 기술은 소설적 기술을 말합니다.
사람들은 그렇게 말합니다.서경덕과 황진이의 일화 뒤에 숨은 가능한가? 남자,여자가.
저는 감히 말해 봅니다. 양기가 충만한 남자는
음기를 필요로 해서 여자를 취합니다. 여자도 마찬가지겠지만.
하지만 충분히 기운을 운용할 수 있다면 음기를 여자에게서만 취하겠습니까?
언제 어디서나 필요한 에너지를 취할 수 있는 경지에 있다면!
우리 같은 범인이야 몹시 어려운 일이겠지만. 너무 황당한가요?
어쨋든 깊은 밤이네요.
오늘 밤은 인간으로서 기쁜 밤입니다. 모처럼 홍진에서
벗어나 봅니다. 나를 충만하게 하는 좋은 시간이 되었네요.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