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 소설가의 가을佳乙 소설시昭偰詩 1과 2

이산 소설가의 가을佳乙 소설시昭偰詩 1과 2

소하 0 5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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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산 소설가


1.그대에게로 갈 수 있는 마음


               이 산


뙤약볕에 아무도

미동하지 않았다


길게 늘어뜨렸던

혀를 거두어들인

강아지의 눈빛이

사뭇 깊어져있다


꼼짝 않던 나뭇잎

하나 둘 움직인다

아,    가을이 왔다




   2. 늦가을

 

         이 산


귀뚜라미들이 종일 울어서

개밥바라기별을 깨웠습니다

 

그러는 동안에는

높이 들뜨고

힘껏 우거졌던 지난 일들은

일제히 침묵하기로 하였습니다

 

유난히 마무리가 개운치 않은 습관 때문에

지금까지 익어온 과실들이

격정을 잊을까 조바심이 납니다

 

저녁의 뒤끝을 신선하게 갈무리하기 위해

주저 없이 가을은 썩어가고 있습니다

 

썩는다는 것은

내려놓을 줄 아는 하심(下心)입니다

 

올겨울 흰 눈은 참 포근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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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중근 사진자 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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