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봉일 시인의 서러운 날도 풍경이다. 2

이봉일 시인의 서러운 날도 풍경이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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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봉일 시인




어느 한 사람


        이봉일


산골 마을에 감 꽃이 떨어졌다.

봄이 훌쩍 지나갔다

어느 산 어디에도 꽂이 피지 않았다.


쓸쓸한 가을도

무심히 떠났다.

세상은 아무것도 남지않았다.


이슬을 털며

길을 나섰던 어두운 그림자

다시는 그이를 보지 못했다


그가 떠난 산골 마을에

새들이 슬피 운다.

조계산을 넘나들던 바람도 숙연하다


한 생애가 떠나고

남은 것은 아무것도 없다

묘지에 이름도 없고 잡초만 무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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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구네 그믐달 


          이봉일


소학교 댕기는 순구는

서울에서 가장 높은 산동네에 살고 있다

13번 버스 종점보다 한창 높다

서울에서 가장 먼저 해가 뜨고

가장 늦게 달과 별이 지는 곳

사람들은 산동네라고 부른다

순돌이 아빠가 산동네 오시는 날이

가장 행복한 날이다

오실 때 계란 한 판을 들고 오셨다

지방 어딘가에서 양계장에서 일을

하셨단다

순구네 아침상에 달이 떴다

달이 두 개나 떠서 산동네가 환하다

아빠가 오시게 되면

순구네 집에서는

그믐밤에도 달이 떴다

밥상에 둥둥 달이 뜨니 세상이 훤하다

한 달에 두 번씩 오는 순구 아빠는

어느 해부터 오시지 않았다

산동네에서는 다시는 달이 뜨지 않는다

전라도 어느 산에 순구 아빠 누워계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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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봉일 사진 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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