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석순 시인의 낙엽귀근은 축복시祝福詩
임석순 시인
흔들리며 길을 간다
태안 임석순
진실의 오류를 알았다 하더라도
살아온 삶이 누구도 같을 수 없으니
책임을 질 수도 없으니 비난하거나
그 무엇도 아는척하지 안 했으면 좋겠다
맑은 물, 맑은 공기, 맑은 마음
내 것이 어느 게 내 것인지
네 것이 어느 게 네 것인지
내 것인지 네 것인지 모르면서
안다거나 알 것 같다는 생각은 말자
감정은 언제나 변하면서
내 편이나 반대편에 서서
변하는 건 마음뿐인데
안다거나 알 것 같다는 생각이 나
걸어온 길은 지워지지 않는다
삶이 각박할 때
확증편향의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믿고 싶은 것만 믿는 오류를 가지며
누구의 탓으로 하지 말자
내 삶은 항상 흔들리며 살아왔으니
경험하지 안 했다면
안다거나 알 것 같다는 생각이 나
오늘도 모르는데 내일은 더 모르겠습니다.
저녁노을
태안 임석순
아침에 그윽한 안개가 일품으로
파란 아침과 붉은 저녁을 황홀하게 맞이하는
황혼이 머금은 석양이 나그네를 사로잡는다
푸르른 산 오른쪽에 늠름하게 서 있고
왼쪽에는 바람난 호수가 예쁘게 찰랑거리는
사랑이 싹트고 만끽할 수 있으면 좋겠다
산에서 내뿜는 기운을 호수의 거울에 비추고
절묘한 데칼코마니가 되어 어울림을 이루는
어떤 날이든 서둘러서 석양이 지기 전 와서 보고 싶다
호수에 마음을 가둬두고 가기에는
너무 아까워 발이 떨어지지 않아
손으로 잡아서 주머니에 쏙 넣었다
하루를 마감하는 오늘도 천천히 음미하며
또 하루는 이른 아침 푸르른 산을 천천히 오르고
내일의 저녁노을을 만나고 돌아오면 좋겠다
쏙 넣어두었던 호수를
집에서 꺼내어 사랑을 싹 틔워서
저녁노을 만나 보여주면 참 좋겠다.
낙엽귀근(落葉歸根)
태안 임석순
새롭게 환생하여 새봄을 맞이하니
파릇파릇 무성하게 돋아나고
푸르른 소나무와 경쟁하며
짙어지는 초록 물결 넘쳐난다
뜨거운 땡볕에 아랑곳없이
무성하게 푸르른 세상으로 뒤덮고
매미가 울어대니 귀찮아서
귀를 닫고 떠나가려 준비한다
색바람 불어오니 한들한들 거리더니
파릇파릇 녹음(綠陰), 만산홍엽 어디 가고
당연히 떠나야 하는 때를 알고 있어
제 고향으로 이제는 돌아가려 준비한다
눈 서리 비바람 차갑게 맞으며
앙상한 나뭇가지에서 힘겹게
버티고 버텨도 재간이 없어
못내 아쉬움. 남기고 떠나간다
*낙엽귀근(落葉歸根): 낙엽은 뿌리로 돌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