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하린의 정원이야기, 시씨앗
포랜컬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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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4 10:43
비
김하린 금산 별무리 학교 6학년
산책을 나왔다.
하늘을 올려다보며
공원을 걷는다.
비다.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나도 함께 달리기 시작한다.
비가 거세진다.
나의 속도도 덩달아 빨라진다.
그런데,
나는 왜 젖지 않고 있을까?
확실히 비는 내리고 있다.
옆 사람의 어깨 위로,
길 위로
하염없이 쏟아진다.
하지만
내 머리 위,
그 하늘만 비어 있다.
그 후로 나는
비를 맞지 않고 산다.
처음엔 그것이
축복인 줄 알았다.
하지만 이제는—
나도 비를 맞고 싶다.
우산도 없이
비를 맞으며 뛰어가는 사람들이
부럽기만 하다.
[소갯글]
어느 날, 비가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모두가 젖고 있는 그 순간, 나만은 비를 맞지 않았습니다.
처음엔 축복인 줄 알았지만, 이제는 그 젖음마저 그립습니다.
감정과 경험을 피해 살아가던 어느 날의 깨달음을 시로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