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갑선 시인의 채워도 채워도 다시 시詩 4

안갑선 시인의 채워도 채워도 다시 시詩 4

소하 0 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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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갑선 시인



스멀거리는 기억 앞에서 

 

                        안갑선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인연과 끝도 없이 늘어선 사연들이

단두대 앞에서 뇌세포 칼춤에 

자음과 모음이 산산이 베어져 쓰러지고

당신도 그 안에서 잊혀 가네

초콜릿 같은 달콤했던 청춘은 상처도 맛있었는데

요즘은 긁힌 자국도 아픔을 느끼고 잘 아물지 않네

조합되지 못하는 이름과

길 잃은 전화번호들이 바스락거리며 뒹굴다가도

줄기차게 흐르는 세월과 더불어 기억도 가네

벌떡 일어나 주저리주저리 열리고 싶은 그 날이여

당신이 내 기억의 주인공이었는지도 모르겠으나

오늘은 어디선가 본 듯한 타인이 되었구려

모진 태풍에 부러지는 나무보다

세풍에 산산이 날리오며 공백이 되어가는 기억 때문에

당신 안부를 묻지 못한다 해도 용서해 주오

지금은 받침 하나라도 겨우 잡고 버티며 애쓰는 중이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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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갑선 사진 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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