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브릿지 낭송詩 산책 5 * 늙은 청년의 노래 - 김정권
포랜컬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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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03 20:25
[제1편]
늙은 청년의 노래
김정권
갈숲이 몸을 흔들 때/
아이들 콧노래가 물 위로 건너/
선유대에 머문다/
강은 걸음을 멈추고/
웃음의 결을 기억한다/
젖은 햇살의 끝자락/
갈대는 서로의 어깨를 두드리며/
바람을 견디는 법을 배운다/
강은 오래된 이야기를 오늘의 언어로 읽는다/
돗대산 밤길 어둠은 두려움이 아니라/
별로 가는 좁은 통로,/
반딧불 하나 작은 심장처럼 깜박이며/
나를 앞서 걷고 나는 그 빛 따라/
아직 이름 붙이지 못한 별 하나 찾으러 간다/
동화 속 사내가 불쑥 화를 낸다/
세월은 말한다/
화를 삼키는 노련함이 어른의 깊이라고/
침묵도 언어라고/
오백 년 도읍지의 골목을 청년은 발품으로 읽는다/
이끼 낀 돌담마다/
지워지지 않는 사연을 읽는다/
늙은 청년이 거울을 다시 보니/
환난의 얼굴은 간데 없고/
인자한 웃음이 번진다/
신이 난 그는 동네방네 돌며
초인을 찾지만/
강물의 물결에서, 아이들의 콧노래 에서/
화를 접어 미소로 건네는 사람들 속에서/
그것은 이미 거기 있었다/
별은 멀리 있지 않았고/
강은 늘 여기 있었으며/
성숙은 누군가를 이기고 얻는 것이 아니라/
함께 흘러가는 법/
그러면 알게 되는 일이었다/
[제2편]
마타리꽃
김 정권
봉황대 언덕에 노란 침묵이 선다/
돌아오지 않는 북소리 뒤로/
망해정에는 기다림만 남았다/
비가 눈이 되어 흘러가도/
시선은 끝내/
경운산을 떠나지 못했다/
이듬해 여름과 가을 사이/
이름 모를 꽃들이/
조용히 키를 세웠고/
사람들은 그것을/
사랑이 남긴 형상이라 불렀다/
전장에서 돌아와 쟁을 켜니/
현보다 먼저 꽃잎이 떨었다/
그날 이후 음률에 응답하는/
꽃이 있다 전해져 사람들은/
마타리라 불렀다/
해마다/
봉황대 바람이 달라질 때면/
노란 꽃은 말없이 고개를 흔들고/
불리지 못한 이름을 뿌리로/
먼저 불러낸다/
아무도 귀 기울이지 않는/
그 떨림이 저녁 햇살 속에/
오래 머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