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갑선 시인의 채워도 채워도 다시 시詩 8
소하
0
583
2021.09.06 10:21
사진 안갑선 사진 作
광물 갈세도니 ㅡ 옥수라기도 함.
수정과는 전혀 다른 존재다.
수정은 각각의 결정으로 생성되어 있지만 칼세도니는 통으로 되어 있다.
색은 흰색 회색 청색 담갈색 암갈색 흑색이며 투명 또는 반투명이다.
금속 광산의 맥석으로 산출된다. 경도는 6 이다.
이장
안갑선
포크래인이 지력을 끊자 산이 가벼워지기 시작했다
산이 움직인다
아무도 잴 수 없었던 무게를
바람도 함부로 들었다 놓기 시작한다
산 중턱 1평의 흙집을 짓고
고단했던 삶이 누워 있던 주인이
앙상한 뼈 몇 개만 보자기에 싸든 채 황급히 떠난다
나무와 풀이 헝클어진 머리채를 하고
땅에 엎드려 몸이 부스러지도록 곡을 한다
목 부러진 괭이에 몸 지탱한 채
뽀죡했던 새 삽이 닳아 배꼽이 뚫리고
꼬챙이 된 호미와
흙에 살갗을 갈아대었던 희생을
너희가 알겠느냐며
풀잎이 여우비 맞은 채 황토색 눈물 흘린다
산이 움직인다
빈 집터를 포크래인이 꽝꽝 부수자
황소가 몸서리치며 몸을 부르르 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