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근 시인의 시詩는 인생의 기적소리다. 1
소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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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9.14 23:03
이종근 시인
나이테를 얘기하다
-비석문화마을
이종근
비석문화마을 언덕에 비가 내리면
나는 나무 한 그루를 심는다.
새봄이면
그 어린나무 인정 어린
항구의 바닷바람으로 자라서
우편함 찾는 편지처럼
반가운 문패 될 거라고
새들도 바람처럼 솔솔 부르고
바람도 새들처럼 꿈틀거리는
그곳, 비석문화마을에 비가 내리면
맑은 시 한 편이 추적거린다.
사시사철 푸른 가문이 담긴
모두 다 낡은 족보였다고
그 족보의 멍에 홀연히 짊어진
늙은 나무 한 그루 서 있다고
알록달록한 나이테를 얘기하다.
비석문화마을에 비가 내리면
애틋한 애수 스미는 기억을 담아
그 바다, 농무에 낀 비석을 얘기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