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두기 시인의 풀시 -풀씨의 꿈 4
포랜컬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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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9.20 01:53
박선해 사진 作
풀씨의 고백
내가 사는 곳에
내 머리위로 감나무가 있지
또 그 감나무가 그려놓은 그늘도 있고
지나치는 바람이라면 한번쯤 쉬어가면서
감하나 뚝 따서 한 입 쓰억 베어 물고 가지
난 날마다 그 감나무에게 말을 걸지
야! 감나무야
넌 튼튼한 몸과 넓은 잎사귀와 맛있는 감을
가질 수 있는 비결이 무엇이니 하고 말이야
괜히 질투가나서
앙탈 부려보면 감나무는
이거나 먹어 하고 감하나 뚝 떨어트려 주지
두기의 자백
비바람이 불면
감나무는 겁에 질려
날 부러워하지
넌 작아서 나처럼 이렇게 힘들게 서있지 않아도 되니
난 풀씨 네가 부러워
풀씨야 날 봐 지금 나의 잎사귀는 떨어져나가고
나의 팔은 사방으로 흔들리고 내 몸은
그 모든 것을 지키려고 이렇게 힘들어하는 것이 보이니
이방인의 독백
난 미안해하고 말했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전부를 다가질 수 없는 것을
어느 한쪽이 약간 모자라야
살아가는 이유가 생기는 것이라는 것을
그래 감나무야
누구는 풀씨이고 누구는 감나무이고
서로 의지하며 살아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