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석순 시인의 살아가는 것은 축복시詩 8

임석순 시인의 살아가는 것은 축복시詩 8

소하 0 5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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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절대(絶對) 


                  태안 임석순

초가을 햇빛이 비쳐주는 나뭇잎은

몸을 맡긴다

쨍쨍한 햇볕은 따스한 느낌으로

몸을 감싸고 볼 수 없는 빛으로

열을 발산하는 너에게 다가갈 순 없어도

물이 오른 나무가 내일을 기대하며 기다린다

언제나 태연하게 찾아오는 여름,

젊은 태양이 내리꽂아도 꼿꼿하게 버텨 내었으니

달빛보다 정열적이고 힘찬 기운을 맛보며

기다림에 내어주는 희망을 안겨준다

벅찬 태양도 오래가지 않음을 알아차리고

동쪽에서 떠오르는 달님을 모른 체할 수 없음에

떨어지는 낙엽이 발끝에서 나뒹굴고

흔적도 없이 사라져 간다

젊은 달님은 늙은 태양에

맞서 볼 요령으로 세차게 내몰고 있다

황혼이 구름에 가려진 노을 진 햇살

쓰레기 뭉치를 버리듯 하며 그 자리에

어느덧 달님이 초연하게 자리를 차지한다

한낮의 태양이 서산으로 기울어 갈 때

저 너머 달님은 모든 준비를 하여

그 자리를 야심 차게 독차지하고 지켜나가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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