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석순 시인의 살아가는 것은 축복시詩 10

임석순 시인의 살아가는 것은 축복시詩 10

소하 0 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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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에는 밥심 


         태안 임석순


들녘이 잡풀처럼 보이지만

알곡이 가득 차 있음을 알기에

힘들고 어려워도 행복이 넘쳤다


찰지고 고소하고 맛있는

우리의 쌀농사가 풍요로운

가을날 영양식 토종 미꾸라지


아무나 하지 못하는 것이지만

누구도 하기 쉬운 일이 되어 주니

보약이 따로 없었다


새 세상 찾아와도

옛날이 그리워라

시냇가 흘러가는 개여울


어머니 허리는 다 굽어서

하늘보다 땅이 더 좋아서인지

낮추고 또 낮추니 울 엄마 냄새


가을비 


      태안 임석순


가을비에 꼼짝없이 나뒹굴던 잎새는 땅바닥에 달라붙어

지나가는 나그네 발길에 눌리어 앓는 소리도 낼 수 없다.

산봉우리가 고목나무와 구름에 가려진 채 그 자리에

꼿꼿이 지켜 서 있어 믿음직하게 나를 반겨 주겠지

떨어지는 빗방울이 대수인가 된비알이 무슨 대수랴

을씨년 스런 사잇길 따라 떨어지는 나뭇잎을 밟으며

한 발짝 두 발짝 내디디면 될 것이니

둥싯거리며 고갯마루 오르고 오르면

두메꽃, 초롱꽃이 나를 반겨 주겠지

하늬바람 불어올 때 삭신이 쑤셔오고 옹송그려온다.

*된비알: 몹시 험한 비탈

*둥싯거리다: 몸이 굼뜨게 움직이다.

*두메꽃: 깊은 산골에 피어 있는 꽃.

*삭신: 온몸의 근육과 뼈마디

*옹송그리다: 무섭거나 추워서 몸을 궁상스럽게 옹송그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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