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예은 시인의 청초한 가을바람 2
정예은 시인
꽃길
정예은
꽃길을 걸어가는 오늘
그대와 그길을 함께 걷고싶다
울타리를 타고
고운 하늘길을 오른다
푸르름을 가득담고
열정을 피어내고
가시를 세우며
담장에 붙어 흔들림 없이
바라본다
사랑의 향기를 뿜으며
내마음 울타리가 되어주네
꽃을 찾아 날아가는
나비같은
그대에게 내 마음을
전하고 싶다
반딧불
정예은
새벽녘 어슴푸레 피어난 안개 속길
잡은 손 부끄러워 초승달 숨죽이네
내 마음 숨기지 못해 드러나는 반딧불
님 몰래 붉어 오는 내 얼굴 숨기고파
풀잎에 숨겨두면 바람이 들치우고
화들짝 놀란 가슴을 반딧불이 들추네
달과 별
정예은
너무 이르게 왔든 너무 늦게 왔든
둘 중의 하나인 것을
너무 이르게 내 곁을 떠나도
내 곁에 오래 남아 있던
또 그 둘중에 하나인 것을
누군가 내 곁을 떠나도
오래 남아 반짝이며
별처럼 빛날것이다
서늘한 바람이 불어오니
뜰 앞에 나섰다
하늘은 자꾸 구름을
벗어나려 하고
따뜻한 저 달이 해 저무는 날
별과 함께 나오네
달은 넘어가는데
별은 계속 반짝인다
밤하는 비춰진 저 달
내 마음에도 새로이 처음
환한 달이 떠오른다
산 아래 작은 달 마을이
내 맘속에 그려진다
내 마음의 달을
내가 살아온
내 짧고도 긴 그 인생을
달빛에 실어 보낸다
소나기
정예은
이 비가 그치면
괜찮아질까요
눈물이 멈추고 나면
모두 다 잊힐까요
아직도 난 여전히 그댈
기다리고 있다고
사랑한다는 한마디
전해주고 싶어요
우산 없이 걷다
소나기가 내려와
스쳐가는 줄 알았습니다
아직도 그대 생각이 나네요
그댄 어때요
내 생각은 하나요
그대와 함께한 추억
같이 걷던 그 거리
눈앞을 스치고 있는데
창밖을 보다가
지나가는 그댈 봤어요
여전히 잘 지내는가 봐요
그댄 내 마음을 조금
알고 있기는 한 건가요
나는 그대를 못 잊어
이 비처럼
그대를 지울 수 있다면
그대와 함께한 추억 모두
지워버리고 살래요
이 말 한마디만 전할게요
그대를 사랑했다고
나보다 좋은 사람 만나
행복하기를 바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