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기식 시인의 잊혀질 것 같은 두려운 날의 시詩

권기식 시인의 잊혀질 것 같은 두려운 날의 시詩

소하 0 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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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기식 시인



국수 한 그릇


             권기식


뜨거움에 기진맥진한 하얀 나신을

차가운 물에 샤워시키고

멸치가 목욕 재개하고

얼음 유영하는 육수에 입수한 후

허기진 동굴 속 채운다


순식간에 비워지는 그릇

시원하다 못해

오장육부 얼얼하고 소름이 돋는다


어린 시절 그립다

어머니 사랑의 국수

비교할 수 없지만 어눌한 솜씨지만

추억을 먹는다


하늘나라

어머니가 그립고 아내가 보고 싶음에

목이 메지만

어머니와 아내 미소 닮은

하얀 사랑을 끓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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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기식 사진 作




고향  우체국


           권기식


면사무소와  농협사이

고소한  냄새  새어나는 참기름 집 옆

머리에  빨간모자  눌러쓴 고향 우체국

기름냄새  풍기던  우체국

오늘따라  사람냄새  풍긴다

먼지쌓인  처마끝엔 터줏대감  거미가 

한가로이  줄타기하고

세월이  흘러도  할머니들의  소중한곳  우체국

찾아오는  이라고는  허리굽어 

땅을이고  오시는 할머니들뿐


어저께는  곡식담아

도회지  자식에게  보냈고

오늘은  갓  짜낸  참기름

자식  수만큼  담아

코끝에  돋보기  간신히  걸치고

도회지  한귀퉁이  자리잡은  자식에게

삐딱한  주소  적는다


기름보다  더  고소한  엄마의  정성보태

잘받아먹길  바라면서

두명뿐인  직원도

느릿느릿한  할머니  모습보면서

고소한  미소  짓는다

잘보네  주이소 한마디  인사하고서는

유난히  맑은  하늘보며 허리한번  펴신다

집으로  향하는걸음  솜털같으시다


오늘 밤엔 다음에  무얼보내줄까

행복한  고민속에  달콤한밤  되시겠지

그리고  내일은

엄마  고마워요

엄마  사랑해요

이  한마디  기다리시겠지




아 푸른 동백꽃이여


                  권기식


햇살에 익은 물결은

반짝반짝 춤을 추는데

붉게 익어 펴야 할 꽃들은 어디에


팽목항

수많은 노란 숨결들은

비릿한 바람에 흔들리다 못해

갈기갈기 찢어진 하얀 나비 되어

힘없는 날갯짓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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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마임 포토 친구

구석

검은 컨테이너엔

행여 피어오를 붉은 동백 기다리며

가는 숨결 내 뿜는데


따스한 계절에도

뜨거운 가슴에 고이고이 품고 있어도

피어나지 않고

항구의 칼바람만 가슴 후벼파네


피지 못한 동백들아

사무치게

언제 돌아올 거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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