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채원의 시詩애愛뜰 - 자작자작自作自作 2

여채원의 시詩애愛뜰 - 자작자작自作自作 2

색연필 0 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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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채원 사진 作



고향 길  

 

     여채원


어린시절 골목길을 다시 찾았다

해 가는 줄 모르고 때구정물 훔치며 

뛰놀던 아이들의 목소리로 가득찼던 그 길은

오랜 수행을 끝낸 선승처럼 긴 침묵으로 나를 맞는다

생명 깊은 이름 모를 작은 꽃들도 흔들림이 없다


오빠의 마지막 생이 있었던 고향집은

높은 컨테이너 공장이 위세등등 차지하고 있고

필숙이와 고무줄 놀이하던 마당은

다양한 피부색의 사람들이 낯선 눈으로 나를 바라본다


유년시절 추억들이 도륙된 컨테이너 사이

어린 남동생과 손잡고 오갔던 대나뭇집 골목에서

작고 예쁜 꽃하나를 만나

오빠가 잠들어 있는 운수사 법당 꽃살문 장식으로 올린다


변해버린 길은 무심하게 나를 만졌지만

나의 빈약한 삶을 지탱해 준 그 곳을 다시 찾아가

맹렬하게 추억과 기억을 들추어 낼것이다

고향길은 죽지 않았다.



〔 작가 노트 〕

처음 수필은 쓰는 사람들은 가족들 이야기를 많이 담는다고들 한다

나는 시를 쓰면서 유년시절을 자주 떠올린다. 

부산과 김해를 오가는 경전철 속에서 바라보면 보이는 나의 고향길!

유년시절은 지나갔지만 그 추억이 스며들어 있는 

고향길은 항상 내 마음속에 머물러 있다

이 시에서 나는 참 이기주의적이다

빈곤함이 밀려 올때면 그것을 채우기 위해 고향을 찾고

사시로 오빠를 찾아 뵙지 못하는죄책감을 묻기 위해

꽃살문으로 꽃 공양을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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