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랜컬쳐 오늘, 김두기 시인의 현장시現場詩 4
소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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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8.28 06:13
김두기 사진 作
김두기
밤사이 비를 흠뻑 먹은 도로의 얼굴이
반질반질하다
얼굴을 핥고 달리던 자동차의 무게는
견딜만했지만, 양심을 버린 난폭운전에
홈 패는 상처를 입기도 했다
상처 입은 곳에서 피가 흐른다
핏줄이 선명하여
피가 가야 할 곳을 정확히 연결하고
원활한 소통을 위해
도로를 비워야 했다
새벽녘 미화원은 순한 혈전이 되어 흐른다
뭉치면 사고 나는데
달리는 차들은 그친 혈류를 일으키며 달린다
급행의 속도로 로타가 돌아서
핏줄 어디엔가 정차시키고
엔진 열을 식히고 있을 것이다
미화원의 새벽도 멈추면 안 되는 맥박이었다
늘 씩씩하게 가족을 보고
더 단단하게 심장을 다그치면서
새벽이 쓸어내린 길의 노래를 같이해야 했다
비는 비옷에 부딪히고
가로등 불빛은 잠 못 들고
삶의 피돌기는 더 돌아야 하는데
정년을 앞둔 종점에는 혹독한 바람만 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