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야정佳野井수필

수필, 소설

가야정佳野井수필

소하 0 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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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은희 김해시 시의원

 

▶마음 수필 그리움 하니, 신문지 턱 가리개(2)

 

3년 가까이 병원의 하얀 침대 시트만이 어머니 인생의 마지막 공간이며,쉼터였다. 평생교직에

몸을 담았지만, 인생의 겨울을 맞이한 세월 속에서 몸과 정신의 나약함은 피 할 수 없는

삶이었다. 직장으로 인해 저녁 시간을 이용해 어머니 간 병을 해 드리면서 휠체어에 태워

할매 국수집에서 국수를 사드리 며, 달 밝은 가을 밤 시청 뜰을 수없이 돌고 돌면서 어머니의

친구 가 되어 드렸다. 78년 평생 유일한 피붙이인 딸들의 이름도 얼굴도 기억하지 못했지만,

신기하게도 막내 사위만 끝까지 알아보셨고 평소 예술을 무척 사랑하셨던 어머니는 애창곡으로

즐겨 부르셨던 “가고파”라는 가곡의 음정과 가사는 정확하게 부르고 또 부르셨던 기억이 난다.

지금도 잊을 수 없는 것은 어느 날 저녁 식사 시간이 가까울 즈음 어머니 병문안을 갔을 때의

일이다. 갑자기 어머니께서 낡은 신문지 를 꺼내시더니, 한 장은 무릎 위에 깔고 또 다른 한 장은

둥글게 구멍 을 뚫어 곱게 접어 환자 복 윗 단추 구멍에 걸어 놓고선 식사가 오기 만을 기다리는

엄마의 모습을 지켜보게 되었다. 그날은 한없이 마음으로 울고 또 울었다. “신문지 턱 가리개”는

78년 평생 어머니 인생 의 마지막 보물이었다.


치매로 인해 꼬깃꼬깃해진 신문지 한 장도 간 병사의 눈치를 보시며 얻지 못하시던 어머니,

한 때는 호랑이 선생님 으로 당당했던 자태는 찾아 볼 수 없는 것 같아 참 많이 안타까웠다.

이렇듯 우리들 삶 또한 그리움 하나 남긴 채 자연의 순리 속으로 떠나는가 보다.


딸이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가을을 선물해 준 사진들을 한 번 더 들춰보며, 신문지

턱 가리개를 마음으로 떠올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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