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금선 시인의 말하는 수필

수필, 소설

박금선 시인의 말하는 수필

소하 2 4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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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신성일 빰 친다


                   박금선


오빠는 자랑 쟁이다


"내가 말이야

왕년에 고성군

씨름 대회에서

일 등을 해

소도 한 마리 타고 그랬니라


백 미터

달리기도 내 한테

따라 올 사람 아무도 없었다


소 꼴 베기

대회도 딴 사람

두 배로 베어 일등을 했지


경운기도

우리 삼덕리에서 내가

제일 처음으로 몰았고

내가 제일 잘 몬다


차 운전도

내 따라 올 사람 아무도 없다

한꺼번에 면허증 딱 엉거 붙었다. 아이가


나물 개라는 것도

동작이 빨라 여자들도

내 손 못 따라온다


간도 크니라

내 간 따라

올 사람 아무도 없니라


쩔쩔이

죽었을 때 가마니로 덮어

내 혼자서 지게에 지고

섬돌 골짝에 파묻어 줏다 아이가


그때

내 뒤통수 머리가 쭈뼛쭈뼛 서 가지고  좀 무섭기는 하더라


내 군복 쫙 빼입어 노모

내 인물이

신성일이 빰 칫다 아이가?


내가 머리가 좀 잘 돌아 가니라."


가만히 있음

내일 아침까지 자랑이 계속된다

내가 중간에 나서서 자른다


"그래

다 압미더 영어도 일등이고

꾀도 일등이고 

오빠 여산 일머리 따라가는 사람

아무도 없슴미더

최고임미더

오빤 천재임미더."


천재라는 말이 들어가 흥을 부추 꺼야 자랑이 마무리된다


나는

다 알지요

경운기에  촌 아지매 여덟 명 싣고

모심으러 가다가 농로에

빠져 돈 많이 물어 준 거...


동네 앞 좌회전

신호 받다가

차 박살 나 다른 차 살짝 바꾼 거 동네 사람 부끄럽다고

말하지 말라 한 거...

다 압니다


육 남매 중 성격이

오빠랑 내가 잘 맞다 기분파다


불뚝 성에다

갈치 속 젖을 좋아하며

좋아하는

음식까지도 잘 맞다


아무리

거친 일을 해도 장갑을 안 끼고

맨손으로 하는 거까지


음식점이나 다방에 가면

종업원 차비 주는 거까지도 나랑 닮았다


유달리 들국화를 좋아하는 거까지도 닮았다


팔십이 넘었다

젊었을 때부터  병치레를

많이 하셨다


오 년만

더 살게 해 주시라고

마음속으로 기도 한지

삼십 년이 흘렀다 그래도

잘 버텨 주셨다

건강이 안 좋다


이제 자랑할 힘도 없다


길가 밭

언저리에 앉았다

녹이 철철 흐르는

한쪽 눈알 빠진 경운기를

바라본다


오 년만 더 건강하게 해 주시라고

큰 바윗골 산지 바위 앞에

엎드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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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Comments
털털배기 2021.08.17 22:10  
포랜컬쳐
창간을 축하드립니다
우리 문우님들의
마음을 담은 글
늘 함께 합니다
손가 2021.08.23 20:46  
잘봤습니다
오래오래 건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