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필택 시인의 경수필 4

수필, 소설

염필택 시인의 경수필 4

소하 0 30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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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필택 시인


#경수필

가끔은 가던 길을 멈추어 뒤돌아보는 여유를….


                                          栗田 염필택


  「석남사」를 들머리로 안성의 「서운산」을 올랐다

  성급한 가을의 조급증에 몰아닥친 60여 년 만의 10월 추위에 미처 단풍으로 물들지 못하고

갈맷빛으로 말라버린 단풍나뭇길을 허위허위 오르려니 어느덧 정상이다.

밋밋한 산행길에 땀이 나려다가 그친 산행이 아쉬워 내친김에

반대쪽까지 내려갔다가 오려는 생각에

「탕흉대」를 거쳐 「좌성사」를 반환점 삼아

다시 정상으로 올라와 마애석불 쪽 하산길을 택해 들머리로 돌아오는 산행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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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는 한때 산악회에 참가하여 전국을 순회하다시피 하는 산행을 하였으나

어느 순간부터 왁자지껄한 분위기가 싫어지고, 잘못된 음주문화와 극히 일부지만

일탈하는 이성 간의 볼썽사나운 모습이 눈살을 찌푸리게 하여

요즘은 스스로 운전하여 가까운 거리의 산 입구에 차를 세워놓고 들머리로 회귀하는 산행을 즐기고 있다.


  누구의 간섭을 받거나 보조를 맞춰줄 필요도 없이 가며 쉬며

산새 소리, 물소리, 바람 소리를 벗 삼아 상념에 젖어

홀로 걷는 산행이 좋아 혼자 다니는 산행을 한 지도 거의 십 년이 다 되어 간다.

  이번 산행도 역시 들머리로 회귀하는 산행이었다.

  고운 시인의 ‘내려갈 때 보았네/ 올라갈 때

보지 못한/ 그 꽃 ’ 세 줄짜리 시편을 되뇌어 보며 삶도 산행처럼 회귀할 수 있어서

늘 수정·보완을 하여 새 인생길을 갈 수 있다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하였다.

  그러나 인생을 되돌릴 수 없다는 사실은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이고

진시황제처럼 이룰 수 없는 망상에 매달릴 수는 더더구나 없는 것이다.


  가끔은 가던 길을 멈추어 뒤라도 돌아보면 올라갈 때

못 본 꽃을 내려갈 때 볼 수 있듯이 삶의 길을 수시로 수정·보완을 해서

오늘을 사는 가치척도로 삼는다면 삶이 좀 더 풍성하고 만족한 길이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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