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병식의 사랑 에세이 16

수필, 소설

민병식의 사랑 에세이 16

제임스 0 2692

2021 제50회 관악백일장 일반부 산문 부문 우수상 수상작


[에세이] 꽃밭
민병식

지구상에서 아마 꽃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사랑하는 연인에게 장미꽃을 선물하기도하고 결혼식 때는 신부가 부케를 던진다. 또한, 꽃은 졸업식, 어버이 날 등 빠질 수 없는 사랑과 감사의 선물이기도 하다. 꽃은 선물하는 사람의 마음을 대변한다. 종류와 색깔별 로 저마다의 의미가 있는데 우리가 가장 많이 알고 있고 선물하는 장미꽃을 예로 들자면 같은 장미라고해도 색깔마다 다른 의미를 갖고 있어서, 빨간 장미는 열렬한사랑, 흰 장미는 순결, 청순, 노란 장미는 완벽한 성취, 질투 등의 뜻을 담고 있다. 물론, 다른 꽃 들도 마찬가지이다.

수천, 수 만 가지 꽃 중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꽃은 개망초와 노랑민들레인데 개망초의 꽃말은 화해이고 노랑 민들레의 꽃말은 행복, 감사하는 마음이다. 개망초는 도시나 농촌을 가리지 않고 우리나라 전역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데 생긴 모습이 계란 프라이를 닮았다고 해서 계란꽃으로 불리기도 한다. 일제강점기시절 일본이 열차 레일을 개설할 때 들여온 나무에 붙어 들어왔다는 귀화 식물로 나라가 망할 때 들어왔다고 해서 망국초라는 불명예스러운 별칭도 갖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개망초를 좋아하는 이유는 질긴 생명력과 적응력 때문이기도 하고 도시이건 시골이건 빈 땅에 어김없이 피어 부족함을 채워줄 뿐만 아니라 산비탈이나 구석진 곳이라도 가장 흔하게 피면서도 어느 곳에서든 피고 지고를 두려워하지 아니하며, 누구의 누가 보아주지 않아도 스스로 아름다움을 뽐내는 들꽃의 최고봉이기 때문이다. 


낚시 여행을 가거나 등산을 갔을 때, 고향의 논 밭둑길을 거닐 때라도 개망초는 어김없이 피어 있다. 그것도 듬성 듬성 한 두 송이가 아니라 하얗고 노란 꽃잎과 초록색의 줄기로 자연 그대로의 꽃밭을 만든다. 샛노란 얼굴로 웃으며 하얀 날개로 손짓을 한다. 가까이 다가가 인사를 나누면 은은한 자연의 향기를 내게 선물한다. 개망초 가득한 들판을 거닐면 어릴 적 동무들과 뛰어놀던 고향 생각이 저절로 난다. 그땐 무슨 꽃인지도 몰랐었는데, 신나게 뛰어놀다가 개망초 흐드러진 꽃밭에 누워 하늘을 바라보며 흘러가는 구름이 어떤 모양인지 재잘대던 개구쟁이들은 지금 모두 중년의 아저씨들이 되었다.

최근 어느 기관에서 시행한 조사를 보면 OECD 국가 중 우리나라 행복지수가 최하위권이라고 한다. 그만큼 일상에서 스트레스 지수도 높고 삶의 만족도가 낮다는 뜻이겠다. 삶에 있어서 일은 필수적이지만 충전의 시간을 갖고 다친 마음을 회복하는 것도 중요하기에 특별한 무언가를 하지 않더라도 생각보다 쉽고 빠르게 행복을 느낄 수 있는 방법으로 꽃과의 만남을 추천하고 싶다.

행복한 시간은 늘 아쉬움을 남기듯 내가 살아왔던 삶의 궤적도 늘 미련을 남긴다. 길고도 모진 겨울을 참아내고 피워낸 봄날도 푸르디 푸른 초록의 여름도, 파란 하늘 아래 하얀 구름 춤을 추는 맑은 가을과 샤갈의 눈 내리는 마을을 그리워하는 함박눈의 겨울도 한바탕 잔치를 벌이고 떠날 것인데 모든 것이 자연의 이치이니 계절의 순환 이런 모든 것들이 생성과 소멸의 당연한 자연스러움일 것이다. 기쁨과 슬픔, 즐거움과 분노 , 희망과 절망 모든 것 들은 흐르는 것 들이다. 봄이 오고 여름, 가을, 겨울을 지나 또 봄이 오듯이 마음의 날씨 또한 삶의 순환인 것이다. 날마다 구름 낀 날씨, 비오는 마음이어서는 삶이 얼마나 우중충할까.

우리는 매일 매 시간 스스로의 일기를 만든다. 겨울처럼 매일 춥고, 비오는 날처럼 매일 흐리고만 있는 것이 아니라 햇빛같이 눈부신 날도 있을 것이다. 내가 원치 않아도 아직 보내야할 것도 맞이해야할 것도 많이 남았다. 코로나 19 팬더믹으로 모두가 힘든 일상 속에 주름 잡힌 이마가 펴지고 처진 입술로 인상 쓰는 것을 멈추고 희망을 품자. 가고 옴의 이치 속에서 삶에 지쳐서 나도 모르게 점점 옹색해지는 마음을 아름다운 꽃밭으로 가꾸어 보자.

따사로운 햇살이 비추는 오후의 거리 불쑥 노랑민들레 한 송이가 나타나 방긋 웃고 있다. 아! 정겹고 기특하다. 길가의 그 수많은 발걸음을 이겨낸 질긴 생명력, 찬찬히 살펴보니 무심한 사람들의 부침을 온몸으로 받아낸 흔적이 역력하다. 도심의 거리나 공터에서 우리가 흔히 접하는 노랑민들레는 거의 우리나라 토종은 아닌 유럽이 원산지인 귀화식물로 서양 민들레이다. 일반적으로 노랑민들레는 도시 쪽에 주로 많고 토종민들레는 교외나 시골에 많이 분포되어 있다. 토종은 노랑도 있고 흰색도 있는데 개체수가 계속해서 줄어 고 있다고 한다. 흔히, 외래종인 서양민들레에 밀려 도시에서 교외로 밀려난 것 아닌가 생각하지만 외래식물은 그 나라의 고유의 재래식물과 애초부터 맞겨루기가 어렵다고 하니 결국 도시의 개발이 가속화됨에 따라 토종민들레가 외곽으로 쫒겨 난 이후 서양 민들레가 공터나 인위적인 자연환경에서 토종 민들래와의 경쟁 없이 살아남은 것으로 볼 수 있다. 결국 토종민들레 개체 수 감소는 인간의 의해 벌어지고 있는 환경 파괴가 주된 이유이겠다.

그러나 꽃의 아름다움은 토종과 재래로 분리할 수 없다. 비록 외래종이지만 온실이 아닌 도심의 길거리에서, 심지어는 보도블럭의 틈 사이에서 솟아 오른 노랑민들레에게서는 강한 생명력의 아름다움이 있다. 삭막한 이 도시에서 노랑민들레같은 꽃마저 없었더라면 도심의 풍경은 지금보다 훨씬 더 삭막해지지 않았을까. 수만은 역경을 딛고 온갖 악조건 속에서도 불평 한마디 없이 씨앗을 틔우고 듬성듬성 꽃을 피워낸 민들레야말로 사랑을 듬뿍 받을 자격이 충분하다.

특별한 날이 아닌 일상에서의 꽃, 주말에 교외로 나가 자연의 꽃밭이 수놓은 자태를 감상해도 좋겠고, 여건이 허락되지 않는 다면 집 앞 길가 모퉁이에 꽃 한 송이라 할지라도 내게 주는 기쁨이 크다면 가슴은 향기로 가득한 꽃밭이 될 것이다. 꽃의 아름다움과 생명력은 보고 있기만 해도 우리에게 재생 에너지 를 준다. 남을 위해 기쁨이 되고 희생하는 삶의 모습, 알아주지 않는다고 불평하거나 낙심하지 않고 자신이 있는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꽃에게서 기쁨이 되고 위안이 되는 법을 배운다. 마음의 눈을 가리는 어두운 그림자를 없애고 꽃의 향기에 취해보자. 공원을 거닐며, 작은 시골마을 들판을 거닐며 미세먼지 가득한 우리 삶에, 여기 저 마음 쓰느라 다친 우리의 마음 밭에 감사, 행복, 희생, 열정, 희망 등의 갖가지 꽃을 심어 사랑의 꽃밭을 만들어 힘을 얻고 순수하고 밝은 모습으로 회복되는 삶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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