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필택 시인의 경수필 5

수필, 소설

염필택 시인의 경수필 5

소하 0 2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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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염필택 사진 作


#경수필

참다운 빛과 소금의 길은...


                          栗田 염필택


 어제는 가족들 모두가 일이 생겨 가끔 있는 손녀를 봐줘야 하는 날이었다.


손녀랑 단풍이 물들기 시작하여 가을날이 뒤척이고 소박하나마

국화전시회가 열린다고 하여 서산의 천년 고찰 「개심사」를 찾았다.

참배객도 많지 않아 고즈넉하다 못해 적막한 느낌마저 드는 개심사 오르는 길을 걷자니

마음을 열고 자애로운 눈으로 세상을 보려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국화 향기 그윽한 경내에서 돌확 속에 놓인 국화 송이를 보며 생을 마치는 날

나도 저런 아름다움과 향기를 머금는 생을 살다 갈 수 있으려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 여정으로 천주교 신자의 박해현장 중 하나인

「해미읍성」을 거쳐 「수덕사」를 약 사십여 년 만에 찾았다.

수덕사는 대학 새내기 시절에 텐트 하나 달랑 메고 지금의 주차장으로 쓰이는

산비탈에 텐트를 치고 하룻밤을 후배와 둘이 지새우며

젊은 날의 방황하던 영혼을 달래던 시절을 생각하며

애틋한 그리움에 수덕사를 찾았으나 그야말로 ‘상전벽해(桑田碧海)’란 말이 떠오르게 했다.

줄줄이 늘어선 고래등 같은 시설과 확장을 거듭하는 공사현장을 보면서

시끌벅적한 분위기의 경내를 서둘러 돌아보고 나와버렸다


부처님을 참배하러 오는데 문화재 관람료라는

그럴싸한 탈을 쓴 입장료를 받는 나라가 또 있다는 말은 아직 들어보지를 못했다.

나는 아직 종교가 없지만, 부처님이 사바세계에 오신 뜻이

중생에게 입장료나 징수하여 이토록 화려한 절집을 짓고

왁자지껄한 관광지를 조성하란 것은 아닐진대 하는 생각에 이르니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

어느 종교를 막론하고 내로라하는 한국의 유명 종교시설들을 들를 때마다

느끼는 것은 경쟁적으로 화려함과 거창함을 추구하는 길이

과연 종교 본연의 임무인 ‘빛과 소금의 길’로 가고 있는 것인지 되묻고 싶다.


 "사흘 동안 닦은 마음은 천년의 보배요. 백 년의 탐물은 하루아침의 이슬과 같다네"

 라는 수덕사 경내의 글귀가 눈에 아른거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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