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게 이런goya-동이가 츄니에게(立冬&立春)

수필, 소설

사는게 이런goya-동이가 츄니에게(立冬&立春)

GOYA 0 239

츄니야!

아침부터 눈발이 시작되더니 진눈깨비라고 불리우는 장난꾸러기가 까불더라

발밑에는 흥건한 눈물자국에 총총걸음으로 지나야하니 불편하드라

적셔진 신발을 들여다보다가 문득 너와의 첫 만남이 떠올랐어

너와의 첫 만남은 참으로 상큼했었어

딱딱한 겨울 낯짝을 뚫으며 솟구쳐 오른 네 풋풋함은 감동 그 자체였어

그저 무겁기만 한 차가운 공기를 향기로운 내음으로 물리쳐가며 고운 자태를 선보이던

너는 하늘에서 이제 막 내려와 사뿐히 발걸음을 시도한 선녀 같았어

그 향기에 도취되어 네 손을 잡는 순간 여기저기서 울려퍼지는 탄성소리는 내 귀를

의심할 정도였어

그 소리?

너와의 만남을 축복한다는 꽃망울이 터지는 소리였어

마치 그래 마치 결혼식행진 마치처럼 축하와 환호속에 던져지는 꽃가루에 몸을 맡기는 소리.

결국 츄니에게 동이는 합해졌어

나른해지는 분위기에 뜨거운 열정으로 힘껏 열을 내고는 하하 웃으며 식은 땀을 연방

닦아댔었지.

가끔씩 불어대는 시원함은 큰 나무속에서 비벼대는 매미소리와 어울려 우리의 사랑을 토닥여

주었어.

활활 타 오르던 뜨거움은 몰아치는 차가움에 낙엽으로 떨어지더라

어쩐지 너무 뜨겁다 싶으면 한꺼번에 찬물을 끼얹으며 열기를 죽이더라고...

이제 그런 뜨거움은 없어

하늘은 높기만 하고 지나다니는 말들도 사람을 태우는 일보다 엉덩짝이 탱탱하다는 사실만

요며칠동안 강조에 강조를 더 하더라구.

너와 내가 식어서인지 주변만 타오르는 것 같아.

앞산이 뒷산이 동네 주변이 온통 화르륵 불천지야!

그리고 다들 왤케 이쁜거니?

츄니야!

너와 나,다시 한번 생각해보자

그렇게 하지 않으면 나는 이제 차갑게 식어갈 뿐이야

온통 차가와서 소스라치게 움추려 쪼그라지겠지!

내게 살을 에이는 찬 바람으로 덤벼들테고 부드럽던 얼굴이며 겉으로 드러난 살갗에는

얼어서 터져버리는 모양이 될 테지!

내가 그래도 너는 괜찮은거니?

내 이 삭막한 꼴을 그래도 봐 줄수 있겠거든 올 때 꼭 연락해줘~

그래도 츄니가 오는데 눈꽃이라도 준비해서 반겨줄테니..

알았지?

 

이제 곧 땅속으로 스며들 동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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