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금선 시인의 말하는 수필 26

수필, 소설

박금선 시인의 말하는 수필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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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금선 시인



남명선생께 반하다


           박금선


김해에서

조식 선생의 남명 문화제가

열린다


오늘따라

머리 스타일이 말을 듣지 않는다


강력

헤어스프레이를 뿌렸지만, 마음에 들지 않아 머리를 다시 감았다


분성 광장에

해거름이 내려앉았다

좀 늦게 도착했다


사진에만 봤던 몇몇

작가님들을 만나니 너무 기뻤다


김해의

기관장님 높으신 분들,

서너 분의 축하 인사 말씀이 끝난 다음

가수들 노래 색소폰 공연이

시작되었다


신나는

음악이 나올 때는 무대에 올라가 춤을 추고 싶었다

두 손바닥을 심장에 대고

마음을 가라앉혔다


마지막으로

남명선생이 18년간 처가살이를 하고 지리산으로 들어가는


창작 악극

남명 집 떠나는 날, 공연이

시작되었다


남명

선생님은 키가 훤칠하게 크고

얼굴이 뽀얗고  호감가는 인상이었다


멋졌다

칼 찬 선비였다


그런데

남평 조 씨

부인은 땅딸보에 월매, 비슷한 분위기를 풍겼다


목소리도 양 갈래로

찢어지는 쇳소리가 났다


부인의 외모가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다


"내가 부인이 되었음

어울리고 참 잘할 건데"


친정집이

잘 사니 남편을 잘

만났을 것이다 싶고 질투가 살살 났다


18년간

처가살이에 설움도 많았지 싶었다


번듯한 집은 놔두고 후배 양성한다고 산해정에서 살았으니 말이다


울다가 웃다가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재미있었다


단호하게

벼슬을 팽개치는 모습이

훌륭했다


남명선생께 반했다

뿌듯했다


전화가 울린다


"아니, 지금 시계가 몇 신데

여태 안 오고 뭐 하요?"


남편이었다


홑껍데기

잠바 하나만 걸치고

어두컴컴한 구석 벤치에 강아지랑 사시나무 떨듯 오들오들 떨고 있었다


참 미안했다


나는

집을 뛰어나가 바람이 나 남명선생과

하룻밤을 자고 온 거처럼

미안했다


"미안

함미더,

연극이 하도 재미가 있어 갖고

시간 가는 줄 몰라심미더."


마산으로

달려가는 고속도로에 자동차

경적이 울린다


위험을 감지하라고 나를 긴장 시킨다


빵빵,


꼭 성성자 방울 소리 같다

내 귀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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