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옥이 시인의 생활 수필 1 물리치료사

수필, 소설

정옥이 시인의 생활 수필 1 물리치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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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치료사 정옥이

 

오경태, 그의 직업은 물리치료사이다.

그와 만남은 십 년을 이어온 친구 같은 편안함이 있는 만남이었다.

몇 달 전부터 지독한 통증이 다리를 타고 허리를 짓누르고 있다.

깨어나기가 두려울 정도로 아파지는 다리, 밤새도록 뒤척이다 겨우 잠드나 싶으면 또, 돌아누워야 한다.

오후쯤 되면 뻣뻣해지는 다리는 통증을 참을 수 없어 병원들을 누비고 다녔다.

 

어느 날 함께 일하는 삼촌이 불렀다.

''이모, 동래 온천장 우리들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아.''

''부산? 너무 먼 곳인데.''

'', 거기 잘해, 우리 영지도 거기에서 디스크 치료받고 있잖아.''

영지는 삼촌이 제일 사랑하는 부인이다. 어떻게 한결 같이 사랑할 수 있는지 볼 때마다 부러울 뿐이다.

서로가 바라보는 눈빛은 사랑 그 자체다. 둘 다 전생에 나라를 구한 것 같다.

서울에서 수술했지만 다시 나빠져서 또 치료를 받는 중인데, 그녀는 조영제 쇼크가 있어 엄청나게 조심해야 한다.

 한 번씩 쇼크로 신랑 간을 뒤집어 놓을 때가 있다.

그런 그녀가 조금씩 일을 할 정도면 한 번쯤 가 봐도 되겠지, 하는 마음에

버스 타는 법과 경전철 지하철 타는 법을 배우고, 약도를 그려 달래서 묻고 확인하고 몇 번을 반복했다.

 

2012612일 이날부터 오경태 씨가 근무하는 병원으로 치료를 받으러 다녔다.

도수치료와 운동법, 허리 주사까지 일주에 두 번씩 먼 길을 다니기 시작하였다.

아침에 일어나서 언니 가계 도와주고

오후 두 시까지 병원으로 달려가서 약물치료와 물리치료까지 받고 나면 녹초가 되었다.

덜컹거리는 버스에 몸을 싣고 김해 까지 오면 허리 마디마디가 끊어지는 것 같고,

저녁에 장사까지 하고 나면 너무 힘들어서 쉬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

가끔 통증이 몰려올 때는 이러다가 걸을 수 없다면 일어날 수 없는 날이 온다면 나는 어떻게 할 것인가!

유일하게 여행 겸 다니는 등산을 못 하니 우울증이 찾아와서 이러다 일내겠다는 마음이 일어난다.

허약한 마음 버리자고 마음의 자물쇠를 점검한다.

 

물리치료사인 오 선생님은 참 친절하였다.

무슨 일을 하느냐 부터 집안일, 애들 이야기, 사람 살아가는 일을 들려주기도 하고

묻기도 하며 편안하게 대하는 모습이 인상 깊다.

차츰 안면이 익혀지고 운동할 때 어디가 아픈데 어떻게 운동하면 되냐고 물어보면 하나하나

잘 가르쳐 줘서 병원 가는 일이 즐거워졌다.

처음에 막막하기만 하더니 몇 달 만에 차츰 좋아져서 병원에 가지 않아도 될 정도가 되었다.

 

몇 년의 세월이 흘러 또다시 허리가 아프고 다리의 통증이 찾아왔다.

예전의 다리 통증과는 사뭇 다른 통증에 시달리기 시작하였다.

다시 병원을 찾았고 검사 결과 허리 디스크, 협착증에 무릎 연골 파손까지 왔는데,

그냥 작은 병원에서 진통제만 처방해 먹었더니 퇴행성 관절까지 왔단다.

2017424일 결국 두 곳 다 수술을 하게 되었다.

수술이 끝나고 물리치료실에 가니 오경태 물리치료사님이 그 자리 그대로 지키고 있었다.

''어머, 선생님. 아직도 계시네요.''

''이게, 누구세요. 얼마 만이예요.''

선생님은 차트를 보시더니 대뜸 야단을 치신다.

''아프면 병원으로 달려와야지, 이 지경이 될 때까지 안 오고 뭐 했어요.''

''그러게요. 너무 멀어서 집 근처 작은 병원에 다녔더니 이 모양이네요.''

! 멋쩍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한순간이었다.

''이제부터 또 열심히 치료받아 다시 좋아져야죠.''

웃으며 치료와 운동을 가르치며 그동안 살아온 이야기를 서로 끄집어낸다.

''어머니, 저 장가도 가고 아기도 둘이나 낳았어요.''

''축하해요. 아기 보는 것 어때요. 이쁘죠?''

''힘들어 죽겠습니다. 하하하...''

세월이 흘렀나 보다. 총각 물리치료사님이 이제는 아기 아빠가 되어서

애들과 놀아주는 이야기를 한다. 수다도 많이 늘어서 더 친근감이 다가온다.

 

삼 년을 한결같이 병원으로 출근하듯 하였다.

부종도 빠지고 통증도 사라지고 약의 개수도 줄어들었다.

물리치료사님은 오늘도 걱정하신다.

''어머니 제발 산에 그만 다니시고 다리 걱정 좀 하시기 바랍니다.''

 

나는 반문한다.

''선생님 운동을 해야죠, 가만히 있으면 근육이 안 생기고, 통증이 찾아오는걸요.''

''9년을 병원 다녔으면 이제는 그만 오실 때도 되었죠,

한두 시간 걷고 무리는 하지 마세요.''

난 웃으며 이야기한다.

''지금 이 상태로 유지할게요. 열심히 치료해주세요.''

 

세상에서 제일 서러울 때가 내 몸이 아플 때인 것처럼, 서러움을 이기는 방법은 나와의 싸움이다.

정신적인 스트레스는 취미생활로 이겨내고 있고, 육체적인 통증은 병원에서 해결하고

병과의 싸움은 나의 굳센 마음으로 이겨내고 있다.

물리치료사인 그는 통증만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 상담으로 환자의 정신까지 치료해 주는 것만 같다.

 그들과 대화를 자주 해야 한다. 어디가 어떻게 아픈지를 가끔은 무슨 일을 하고,

어떻게 지내는지를 자랑처럼 이야기함으로써 물리치료사는, 나의 근본적인 잘못된 원인을 알아내기도 하였다.

치료를 받고 돌아오는 길에 지하철과 경전철을 반복하며 갈아탔다. 차가운 바람이 옷깃을 여미게 한다.

후다닥 역 안으로 들어섰다. 따스한 공기가 흐른다.

겨울철 지하철역 안처럼 따스함이 흐르는 물리치료사가 그곳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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