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게 이런 goya-양말

수필, 소설

사는게 이런 goya-양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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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며칠전 티브이화면을 보다가 깜짝 놀란 적이 있었다.

지금은 고인이 되어버린 전두환씨의 영정사진 앞에서 거수경례를 하는 청년이 있었는데, 물론 그청년의 뒷모습이었다.

씩씩하게 거수경례를 하는 모습은 누가봐도 ',이 청년은 군인이구나!'였다.

그리고는 깜놀했다.

카메라에 비쳐지는 그 청년의 또다른 모습이 있었다.

바로 그 청년의 구멍난 양말이었다.

큼지막하게 헤진 뒷꿈치의 적나라한 모습이 압권이었다.

이 양말의 구멍난 모습은 무얼 의미하는걸까?

그 복잡한 셈법을 고려할 생각은 없다.

다만 이런 생각이 들었다.

'짜식,좀 꿰매서 신던가..'

요즘 양말을 저렇게까지 헤질정도로 신지는 않을텐데 저 친구 해도 너무했다.

그리고 오버랩되는 헝겊을 덧대서 꿰매어 신던 양말!

불과 그리 오래된 기억은 아니다.구멍난 양말을 꿰매어 신고 다니는 일은 흔한 풍경이었다.

지금처럼 타른곳은 멀쩡한데도 발가락의 발톱에 기인한 구멍때문에 그냥 버려지는 일은 없었다.

사실 양말속에서 곱게 자리를 잡고 가만히 앉아 있어야 할 발가락의 존재는 바깥세상이 무어 그리 궁금한지 결정적인 순간에 

그 모습을 나타내 실소를 금치 못한 적이 한 두 번이 아니긴 하다.

평소에 발가락의 바깥세상 구경을 실컷 하게 해줘야 하는 걸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이제 크리스마스가 코앞이다.

양말속에 고이 간직하고 있던 발가락의 외출을 허락하고 났더니 양말속이 비었다.

그 빈 속을 채울 때가 되었다.

왜 하필 양말이었을까?

하고 많은 것들 중에 산타의 선물을 받아내는 소품이 양말이다.하필 냄새나는 양말에 푸짐한 선물을?

이상한 일이다.서양의 큼지막한 굴뚝을 타고 내려와 꼬질꼬질한 양말속에 선물을 집어넣는다는 가정은 우리나라 한국에서는 절대로 

일어날 수 없는 일이라는 신념(?)같은 게 있었다.

그렇잖은가 말이다.그냥 사립문처럼 가볍게 창호문을 드르륵 열고 들어와도 아무도 모를 그런 집구조인데 굳이

좁아터진 -겨우 쥐새끼나 드나들 정도인-그 굴뚝을 통해서라면 그 산타는 우리에게 선물을 주려고 왔다가 낑겨서 죽을 일이었다.

그래서 냄새나는 내 양말 대신에 큼지막한 부직포 양말을 준비했고 없는 굴뚝대신에 그 큰 몸집을 잘 부리라는 의미로

창문의 시건장치를 슬며시 열어놓았었다.

아침에 일어나면 깨끗한 선물이 주어지고 창문은 잠기어 있었으니 누가봐도 산타는 굴뚝보다는 창문을 선호했던게 틀림 없는 일이었다.

에고 그 빵꾸난 양말을 신고 거수경례하던 청년때문에

예까지 왔다.

이왕 이리 되었으니 그 청년에게

한마디 하겠는데 "청년아! 부디 인사성 바른것도 좋지만

주변의 시선도 가끔씩 배려해주는 깔끔한 청년으로

거듭나는것도 괜찮단다" 유 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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