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병식의 사랑 에세이 19

수필, 소설

민병식의 사랑 에세이 19

제임스 0 196

2021 경북여행 수기 공모전 최우수상 수상작

[수필] 문경새재에서 옛 선비의 숨소리를 듣다
민병식

경상북도 문경은 사과와 석탄으로 유명한 곳이다. 책을 통해 약간의 정보는 얻었지만 그쪽으로는 전혀 갈 기회가 없었는데 얼마 전에 친구의 추천으로 트레킹을 다녀오면서 전에는 잘 몰랐던 문경의 역사를 공부하게 되었다.

문경의 옛 지명은 기쁜 소식을 듣는다의 뜻을 가진 문희
라고한다. 이유는 영남지방에서 한양을 다닐 수 있는 여러 길 중 조선시대의 선비 들이 과거를 보러 한양으로 가면서 들을 문 기쁠 희 즉, 급제의 기쁜 소식을 듣기위해 일부러 문희를 넘었다고 하니 상서로운 기운이 있는 곳임에는 틀림 없어 보인다.

위치 상 충청북도 괴산군과 경상북도 문경읍 사이에 있는 문경새재는 대한민국에서는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둘레길이 아름답고 청정한 곳이다. 트레킹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꼭 추천하고 싶은 최고의 장소이기도 하거니와 갖가지 문화유산과 전설이 깃든 유서깊은 볼거리가 많아 역사공부까지 할 수 있는 일석이조의 장소 진짜 가보아야할 곳 추천 1순위라는 생각이 들었다.

문경새재에 들어서면 바로 '선비의 상' 있다. 이곳을 지나 면 관광안내소가 나오는데 제1관문인 주흘관까지 초록색의 전동차를 운행하고 있어 걷는 걷도 좋지만 전동치를 타고 가도 쏠쏠한 재미를 더해주겠다 싶었다. 


문경새재는 세개의 관문이 있다. 제1관문 주흘관, 제2관문 조곡관, 제3관문 조령관이다. 임진왜란 당시 침입한 왜군이 이곳을 지나 바로 수도 한양까지 침입했다고하여 그후 방비를 위해 관문을 세웠다고 하는데 시간 관계상 이번에는 제2관문 조곡관까지만 가보았다.

제1관문인 주흘관까지는 길이 매우 평탄하다. 본격적인 걷기는 주흘관을 지나면서부터인데 맨발로 걸어도 발바닥의 까칠한 감촉이 결코 기분이 나쁘지 않을만큼 흙이 좋았다. 아주 천천히 편안히 걷기는 그동안 도시생활의 찌꺼기가 빠져나가면서 복잡했던 머릿 속이 정화가 되는 느낌을 준다. 갖가지 모든 상념을 내려놓고 주변 경관과 초록의 세계로 빠져들어 조급함에 쫒기지 않는 시간이 마치 조선시대로 타임머신을 타고 듯 경이롭다.

타임캡슐광장을 지나고 당대 현감들을 기리기 위해 세워놓은 비석 들을 지나 조산이라는 곳을 보았는데 조산은 인위적으로 조성된 산을 말하고 옛 조상들은 풍수지리적으로 공허하거나 취약한 지점에 조산을 만들고 그곳을 보강하고자 했단다. 선조들의 대단한 지혜를 엿볼 수 있는 곳이다. 조산 우측에는 기름을 짜는 도구와 같이 생긴"지름틀 바우"가 있는데 모습도 매우 특이하다. 


그밖에 조령원터라는 출장업무를 보는 관리들 에게 숙식의 편의를 제공하기 위한 공익시설도 있었고, 산적들이 출몰했다는 마당바위, 먼길을 걷느라 지친 사람들이 쉬어갔을 주막 등 볼거리가 놓치기에 아쉬울정도로 너무 많았다. 지나가는 내내 계곡의 물소리는 귀를 맑게하고 물속에서 뛰노는 물고기들이 자유스러운 곳, 무릉도원이라는 곳이 이런 곳일지 싶을 정도로 자연과 한 몸이 되는 기분으로 걸었다.

두번째 제2관문 조곡관이다. 관문 속으로 숲이보이고 뒤돌아보니 
건너온 조곡교가 보인다. 제2관문을 통과하면 커다란 소나무 숲이 우거진 쉼터가 나오고 안쪽에는 '조곡약수터'가 있는데 이마에 맺힌 땀도 시킬 겸 잠시 쉬는시간 시원하게 목을 축이며 지나갔을 그 시대의 나그네를 상상하니 약수터가 있는 것 자체가 신기할 따름이었다.

단단하게 우뚝 솟은 조곡관 성벽에 올라가 본다. 외적의 침입으로부터 나라를 지키기 위해 성벽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며 밤새 경비를 섰을 병사의 부릅 뜬 눈이보이는 듯하다. 조선 남아의 용맹이 여기에 있다. 


문경새재, 옛 선조들이 걸었던 그길을 따라걸으며 발자취를 찾아본다. 시간은 다르지만 장소는 같다. 새재는 또다른 말로 조령이라고 하는데 나는 새도 넘기 힘든 고개라서 그렇게 불렀다고 하는데 그 당시의 사람들은 지금보다 험란했던 고개를 어떻게 발견했고 넘었을까? 그리고 이 고개를 넘은 수많은 사람들은 각기 어떤 생각을 했을까? 장사를 위한 상단도 등에 짐을 지고 이 곳을 넘었을 것이고 가문을 일으키기위한 기대를 한 몸에 받고있는 선비도 입신양명을 위해 넘었을 것이다

아름다운 풍경만큼이나 역사와 유래가 많은 곳, 선현들이 걸었던 발자취를 따라 걸으며 그때의 마음을 헤아려보니 마치 내가 괴나리 봇짐을 등에지고 고개를 굽이굽이 너머 한양의 과거장으로 가는 마음이랄까..

다음번에는 좀 더 차근 차근 여유있게 감상을 하리라는 생각으로 아쉬운 발걸음을 돌리는 순간, 과거시험을 보러 새재를 넘던 옛 선비가 주막 앞에 이르러 "이리오너라" 하고 호기있게 외치는 목소리가 들리는 것같아 차마 발걸음을 떼기가 어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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